synopsis 어느 모텔 방. 루시(애슐리 저드)는 깨어나자마자 짐을 챙겨 그곳을 뜬다. 같은 침대에 누워 있던 낯선 남자의 존재에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남자를 그저 하룻밤 상대로만 여기는 그녀는 알코올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미소조차 띠지 않는다. 할머니댁을 방문했다 아버지의 근황을 전해 들은 그녀는 그를 찾아가고, 함께 교회에 다니기로 한다. 서먹한 그들 사이에도 진전이 있나 싶지만 아버지는 언제나처럼 말이 없다. 그 사이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칼(제프리 도노반)이라는 남자가 루시에게 호감을 보이고, 그녀도 그에게서 예전과는 다른 감정을 느낀다.
루시는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을 맞는 게 고역이다. 불쾌함을 감추지도 않은 채 그녀는 남은 사람이 느낄 수치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밤의 흔적으로부터 도망친다. 그녀 자신도 뼈저리게 깨닫고 있겠지만 그 모든 건 아버지로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만취하면 스테이지로 뛰어올라 신들린 듯 기타를 연주했다는 날리는 기타리스트. 술잔을 나누며 만난 여자들과 무수하게 바람을 피웠고, 마침내 그녀의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 장본인.
배우 출신의 조이 로렌 애덤스가 자신의 고향 리틀록에서 찍었다는 이 잔잔한 데뷔작은 그러나 극적으로 상처를 봉합하거나 화해를 이끌어내지 않는다. 칼은 쉽게 변하지 않는 루시에게 지치고, 버려진 강아지는 예정된 수순처럼 죽어갈 뿐이다. 그럼에도 일말의 빛을 포기하지 않는 이 영화는 세차게 두드리면 열릴 것이요,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다면 이젠 그 마음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라 말한다. 석양이 지는 아름다운 저녁. 상처 입는 게 두려운 한 연약한 영혼이 낡은 주크박스를 틀어놓고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은 그래서 우리를 조용히 뒤흔든다. 당신의 삶은 여전히 쓸쓸하지만 아마도 다음번엔 달라질 거라고, 감독은 루시의 어깨 너머로 그렇게 속삭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이 로렌 애덤스는 <컴 얼리 모닝>의 시나리오를 쓸 때만 해도 루스 역을 맡아 연출과 연기를 겸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감독과 동갑내기 배우인 애슐리 저드가 주인공으로 낙점됐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면 썩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어느덧 마흔으로 접어든 저드는 고집스러운 얼굴 아래 울음을 감춘 이 남부여인을 소박하지만 그럴듯하게 건져 올린다. 2006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상 노미네이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