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모(브렌단 프레이저)는 떠돌이 고서수집가다. 소리내 책을 읽으면 소설 속 인물들을 현실로 불러낼 수 있는- 동시에 현실의 누군가는 이야기 속 인물이 되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오래된 한 서점에서 모는 그토록 원했던 책 <잉크하트>를 발견하지만, 이내 딸 메기와 함께 악당 카프리콘(앤디 서키스)에게 납치된다. 세상을 지배하고픈 카프리콘은 <잉크하트>에 등장하는 악의 무리들을 규합하기 위해 모를 협박한다. 한편, 모의 숨겨진 능력을 눈으로 확인한 메기는 어릴 적 갑자기 엄마가 사라진 이유를 알게 된다.

원작자인 코넬리아 푼케는 ‘제2의 J. K. 롤링’이라는 수식을 달고 다니는 독일 출신의 작가다. 삽화를 그리다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그녀는 “도서관의 책이 되어 온갖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세 번째 소설 <잉크하트>에 쏟아부었고, 2004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이후 40개국에서 번역, 출간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푼케의 의도대로 영화 또한 “책을 사랑하는 이들과 책을 탐내는 무리들의 대결” 구도를 따른다. 실버 텅(silver tongue)이라 불리는 모와 그의 딸 메기는 원치 않게 세상에 불려나온 소설 속 캐릭터들의 도움을 얻어 카프리콘 일당에 맞서 싸운다. 책을 얻지 못하면 모는 아내를 되찾지 못하고, 책 속으로 들어가고픈 마법사 더스트 핑거 또한 연인을 다시 만나지 못한다. 반면 현실의 옷을 입은 카프리콘은 악의 존재들을 모두 책에서 불러낸 뒤 책을 없애려 든다. 현실과 가상을 가로지르는 비밀의 문 앞에서 선과 악의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오즈의 마법사>의 강아지 토토와 전설 속 하늘을 나는 말 유니콘과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속속 등장한다.

신비한 혀(silver tongue)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긴 하나 아쉽게도 설득력있는 말솜씨(silver tongue)까지 지니진 못했다. 단적으로 현실과 가상이 뒤죽박죽 섞이는 요상한 현상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일러주지 않는다. 책 <잉크하트> 때문인가. 그렇다면 절대로 펴서는 안 될 금서여야 하지 않을까. 아님, 인물들의 신통방통한 능력에서 비롯된 것인가. 모가 무심코 불러낸 수많은 캐릭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편의로 장면마다 말을 바꾸는 탓에 쟁쟁한 배우들마저 허수아비처럼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더스트 핑거 역의 폴 베타니를 향해 실제 부인이자 극중 연인으로 나오는 제니퍼 코넬리가 돌아오라고 손짓하는 장면을 두고, “‘마법을 다 써버린 영화에서 빠져나와 (실제) 집으로 돌아오라”는 것처럼 보인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북미 개봉 첫주 2600여개 스크린에서 77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쳐 흥행성적 또한 기대 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