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6호에 이어) <로프>의 시간적 왜곡을 해명하는 다마지오의 가설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빛(조명)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다. <로프>는 펜트하우스의 거실로 설정된 세트에서 진행된다. 이때 무대 정중앙 후면에 좌우로 넓게 펼쳐진 창문을 설치했는데 주목해야 할 건 이 창문이며 그 너머다. 주의깊게 보면 ‘릴이 바뀔 때마다’창밖이 조금씩 어두워져 있다. 다마지오에 의하면 우리의 시간 지각은 이 빛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밝았던 창밖이 어느새 어두워져 있을 때 관객은 은연중에 실제보다 더 긴 시간이 흘렀다고 인지한다는 것이다. 낮에 무언가를 시작하여 밤을 맞았을 때 우리의 평상시 반응을 생각하면 된다.‘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많이 지났나?’
둘째는 ‘특질과 정황’이다. 살인 직후 영화 속 만찬이 일단 시작되면 관객은 이 고급스럽고 느긋한 상류층의 만찬이 결코 빨리 끝나지 않을 거라고 미리 재단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물 중 한 무리가 화면 바깥으로 빠져나갔다가(부엌으로 책 구경을 간다) 얼마 뒤 돌아오게 되는데, 그때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난 그 시간을 관객은 시각적 부재의 경험 때문에 더 길게 느낀다는 것이다. 셋째는 물리적 중단이다. 히치콕은 대략 10분마다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초점을 흐리거나 인물의 등 뒤에 카메라를 붙여 암전을 만든 뒤 릴 체인지를 하는데(전부 그렇지는 않다), 비록 찰나지만 그 실제 지체된 시간이 몇 차례 덧붙여지면서 우리의 시간 감각을 늘린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가 가장 설득적이고 두 번째는 흥미롭지만 미심쩍고 세 번째는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 중요한 건 다마지오의 논리적 철저함이 아니라 그의 신선한 질문이다. 그러니 반전의 질문도 가능하다. 히치콕은 정말 상영시간을 착각했을까? 이때 히치콕이 ‘105분’ 또는 ‘상영시간’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그가 말한 7시30분에서 9시15분까지라는 시간이, 그러니까 이 영화가 상영된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그가 마음속으로 정해둔 ‘플롯으로서의 시간’을 말한 것이라면 착각의 장본인은 오히려 다마지오가 아닐까? 누구의 착각이건, 이게 바로 우리가 영화에 엉뚱한 질문을 던져도 괜찮다는 걸 알려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