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르 칸 주연의 <가즈니>를 보러 극장을 찾은 여대생 애니 조니와 프라졸리타 사르마 (왼쪽부터)
뭄바이 테러소식의 여파 때문인지 평일에도 북적거리던 델리의 극장가는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짙은 안개까지 더해져 스산해 보이기까지 한 뉴델리 바산트 비하르의 프리야 시네마. 영화를 보고 나오는 두명의 여대생, 애니 조니와 프라졸리타 사르마를 잠시 멈춰 세웠다. 그들이 보고 나온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를 떠올리게 하는 아미르 칸 주연의 <가즈니>였다. 활기가 넘치는 두 여대생과 함께 인도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즈니>는 어땠나. =애니 조니(이하 조니)/이 영화는 원래 3~4년 전에 타밀어 버전으로 만들어졌던 영화다. 그때 정말 재밌게 봤었다. 아 참, 나는 남인도 출신이다. 아미르 칸이 주연을 맡고 라흐만이 영화음악을 맡았다고 해서 다시 보러 왔다. 연기도 음악도 모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와 좋았다.
-영화의 내용이 요즘 인도의 분위기에 비추어 봤을 때 좀 무겁지 않았나. 게다가 영화 제목도 극중 살인자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게 좀 의외였다. =조니/그럴 수도 있겠다. 쇠몽둥이에 맞아 기억을 상실한 주인공이 살해당한 여자친구의 복수를 잊지 않기 위해 온몸에 문신까지 해가면서 기억을 붙든다는 얘기니까. 하지만 난 그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하면서 봤다. 이 영화의 장르를 액션스릴러라고 하던데 내겐 사랑에 관한 영화였다. (웃음)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인도는 크고 작은 테러가 꽤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특히 최근 뭄바이 테러는 그 파장이 지금도 적지 않은데, 극장에 가는 게 무섭지는 않나. =조니/사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테러에 대해서 생각하면 학교도 가기 싫고 시내에서 친구들 만나는 것도 마음 편하게 할 수가 없다. 생활은 해야 하지 않겠나. 되도록이면 테러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웃음)
-그래서 내게는 폭력에 관한 영화로 보이는 이 영화가 당신에게는 사랑영화로 보이나보다. 영화는 얼마나 자주 보나. =조니/ 영화는 정기적으로 본다. 극장에는 최소한 한달에 한번은 온다. 요즘은 컴퓨터로도 많이 보니까. 학교에서 매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데 개인적으로 이쪽에 관심이 많다.
-프리야 시네마는 멀티플렉스인데 입장료 계산을 해보니 동네 극장보다 많게는 거의 10배 정도 비싸더라. 그래도 멀티플렉스를 찾는 이유가 있나. =조니/ 그러게. 생각해보니 진짜 차이가 엄청나네. 동네 극장이 보통 25루피(700원) 정도 하니까.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멀티플렉스가 들어서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상영관이 많은 멀티플렉스에 갈 때는 굳이 무슨 영화를 봐야겠다고 정하지 않고 갈 때도 있으니까. 극장 들어갈 때도 좀 다르지 않나. 보안 검색대를 두개나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에 그나마 마음 놓고 영화를 볼 수 있다. (웃음) 어쨌든 영화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멀티플렉스는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동네 영화관이 발리우드영화 위주로 상영한다면 멀티플렉스에서는 할리우드영화까지 볼 수 있으니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할리우드영화는 자주 보나. =조니/발리우드, 할리우드 가리지 않고 본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할리우드영화는 컴퓨터로 많이 보는 편이고 극장은 주로 발리우드영화를 보기 위해 찾는 것 같다. (웃음)
-할리우드와 발리우드영화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나. =조니/발리우드는 춤과 음악이 많으니까 아무래도 신난다. 괜히 마살라영화라고 하겠나. 하지만 소재가 신나는 춤과 음악에 어울리는 밝은 사랑 이야기가 많다면 할리우드영화는 발리우드영화에 비해 소재가 무척이나 다양한 것 같다.
-아직까지 한국에는 인도영화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3명의 칸(샤루 칸, 아미르 칸, 살만 칸)들이 그나마 좀 많이 알려져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떤 배우를 좋아하나. =조니/아미르 칸을 좋아한다. 그래서 <가즈니>를 보러오기도 했고. (웃음) 샤루 칸이나 살만 칸도 훌륭한 배우이지만 그들이 주인공인 영화는 대부분 로맨스나 드라마 영화다. 하지만 아미르 칸은 역사물, 사회물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또 종종 범죄사건에 연루돼 신문에 오르내리는 살만 칸이나 영화보다 개인 사업 이야기로 떠들썩한 샤루 칸에 비해 아미르 칸은 묵묵히 영화에만 집중하고 있어 보기가 좋다.
-혹시 한국영화나 배우에 대해 아는 것이 있나. =프라졸리타 사르마(이하 사르마)/ 한국영화를 몇편 보기는 했다. 제목이… 음… 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웃음), 아무튼 배우들도 예쁘고 재미있게 봤던 것 같다.
-추천하고 싶은 인도영화가 있나. =조니/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영화 중에 <타레 자민 파르>를 추천하고 싶다. 사실 발리우드에서 어린이영화는 찾아보기 힘든데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까지도 감동케 한 영화다. 그리고 <랑데 바산티>도 재미있게 봤다. 인도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 많이 공감하면서 봤다.
-역시 두편 다 아미르 칸 주연의 영화다. (웃음) =사르마/ 샤루 칸 주연의 <짝때>와 아비셰크 바흐찬이 주연한 <도스타나>도 재밌게 봤다. 발리우드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