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충성스러운 군인 슈타펜버그 대령(톰 크루즈)은 독재자 히틀러가 유럽을 화염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광경을 보며 히틀러 암살만이 전쟁을 끝낼 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부상으로 한쪽 눈과 한쪽 팔을 잃고 베를린에 돌아온 대령은, 명망있는 정치가와 군인 사이에서 비밀스럽게 조직된 반히틀러 전선에 가담한다. 이들은 히틀러와 나치의 핵심 인물들을 한꺼번에 제거하는 위험천만한 계획 ‘발키리’에 착수한다.
히틀러 암살을 꾀하는 ‘발키리’ 작전 멤버들은 자주 “지금은 행동해야 할 때”라고 되풀이했다. 극 중 회의적인 캐릭터가 반박했다. “개인의 힘으로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그렇다고 생각했다. 독일이 유럽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간다는 깨달음은 그들을 쇼펜하우어의 초인적 의지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발키리’ 멤버들과 히틀러를 하나로 묶으면서 동시에 결별하게 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히틀러와 국가사회주의가 ‘초인을 향한 자발적이고 절대적인 자기 헌신’을 강조했다면 ‘발키리’ 멤버들은 좀더 근본적인 의미에서의 나-초인의 계획을 꾀했다. 그들은 표백된 신세계를 향한 나치즘의 광기에도 혹은 히틀러가 그토록 사랑했던 ‘신들의 황혼’을 직감하고 허무와 폐허의 미학에도 빠져들지 않았다. 그들은 파국을 정지시키고자 했으며, 설령 패배하더라도 그 패배가 무기력한 굴복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열망했다. 그들은 재판정과 사형장에서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거듭 소리쳤다. 그들에게 수행적 의지야말로 현재진행형의 역사를 앞설 수 있는 존귀한 수단이었으며, 타인들 역시 그에 감응할 것이라 믿었다. 의지의 숭고한 측면을 강조하며 독일인을 하나의 히스테리로 몰아넣었던 히틀러와 달리 이성과 의지를 함께 가져가고자 한 숭고한 이상주의의 예정된 실패였을까.
모두가 알고 있는 실패의 역사를 2시간짜리 스릴러로 포장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브라이언 싱어는 여기서 대담하게도, 슈타펜버그가 폭탄을 설치하기까지라는 스릴러영화의 중요한 뼈대를 한 시간 만에 마쳐버리고, 나머지 러닝타임의 절반은 그것이 어떻게 실패하는가를 보여주는 데 할애한다. 그 과정은 참으로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영리하고 절묘한 편집으로 여전히 ‘혹시나 성공할 수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을 자꾸 불러일으키며 보는 이를 흥분시킨다. 2차 세계대전과 나치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여전히 새로운 시대정신을 일깨울 수 있음을 입증하는 근사한 레퍼런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