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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샌들러물 가족영화 <베드타임 스토리>
안현진(LA 통신원) 2009-01-21

synopsis 호텔 매니저가 꿈인 스키터(애덤 샌들러)는 호텔에서 전구를 갈아끼우는 신세다. 25년 전 사장 노팅햄이 “때가 되면 운영권을 주겠다”고 말한 것을 믿고 있지만, 호텔 신축계획과 함께 임명된 매니저는 스키터가 아니라 켄달(가이 피어스)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조카들을 재우려고 들려준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이야기 속에서 농부 스키터는 기사 켄달과 성주 자리를 놓고 결투를 했는데, 현실에서는 호텔 경영권을 놓고 경쟁하게 됐다. 이를 눈치챈 스키터는 매일 밤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한다.

특정배우의 이름에 ‘물’(物)을 붙이면, 곧바로 장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줄리아 로버츠물로 대표되는 로맨틱코미디가 있고, 아날로그 액션을 기대하게 하는 제이슨 스타뎀물도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잘 통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애덤 샌들러물도 있다. 인간관계에 미숙한 어른아이 샌들러가 평범한 삶에서 사랑과 성공을 얻는다는 소시민 판타지가 그 내용이다. 샌들러의 출연작 중에서 최초로 PG등급(부모 동반시 전체 관람가)을 받은 <베드타임 스토리>는 가족영화지만, 캐릭터와 스토리 면에서 애덤 샌들러물로 묶을 수 있는 영화다.

영화에서 스키터는 전형적인 소시민이다. 큰 꿈을 갖고 기다린 끝에 기회가 오지만 어젯밤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비밀을 알아채고는, 성공담을 지어내는 요행수에 기댄다. 다행히 가족영화인 덕분에 ‘노력으로 거둔 열매가 진짜’라는 교훈을 영화의 끝에 전하지만, 영화가 공들인 부분은 교훈보다는 이야기의 시각화다. 고대 콜로세움에서 마차를 타고 펼치는 스턴트, 까마귀 형상을 한 마녀와 인어공주, 요정 등을 불러내는 신비의 세계, 무중력 우주공간에서 벌어지는 결투 등은 주관객층인 아이들을 겨냥한 전략이다. 어른들이 제작비는 저기 다 들어갔겠다고 짐작하는 동안, 아이들은 영화에 홀딱 빠져들 것이다.

미국에서 2008년 크리스마스에 개봉한 <베드타임 스토리>는 개봉 3주 만에 1억달러에 이르는 극장수입을 기록한 흥행작이다. 시상식을 겨냥한 웰메이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는, 가족영화가 적은 틈을 제대로 노렸다는 것이 중론. 하지만 이런 전략적인 움직임을 제쳐놓더라도, <베드타임 스토리>는 가족 모두가 편안하게 웃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보수적이리만치 안전하고 온건하다고, 종종 눈총을 받는 디즈니 영화라는 얘기다. 팝업북 동화책이 책장을 펼치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다시 똑같은 방법으로 책장을 닫으며 모두의 해피엔딩을 짚어주는, 그런 착한 영화라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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