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기획리포트
[포커스] 35억원은 누구에게 갈 것인가
강병진 2009-01-20

투자·배급사 스튜디오 2.0 대표, <영화는 영화다> 흥행수익금 지급 못한 채 잠적중

우리 돈 내놔라. 영화 투자·배급사인 스튜디오2.0이 돈 문제에 얽혔다. 지난 1월9일, <영화는 영화다>의 메인투자사인 (주)스폰지이엔티(이하 스폰지)와 제작사인 김기덕필름을 비롯한 배우 및 스탭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는 영화다>의 배급대행사인 스튜디오2.0은 권리자가 극장수익금을 받을 수 있도록 즉각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영화는 영화다>는 배우들의 개런티 투자 등으로 6억5천만원에 제작된 영화로 지난 2008년 전국관객 13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한 작품이다. 제작진이 받아야할 흥행수익금은 약 35억원. 도대체 이 돈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테이큰> 부금결제도 미해결 상태

<영화는 영화다>의 극장부금 결제일은 2009년 1월15일이다. 결제시한을 남겨둔 시점에서 제작진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이유는 <영화는 영화다>의 수익금이 이미 지난 2008년 9월경, 스튜디오2.0과 모회사인 미디어코프의 채권자들에게 양도됐기 때문이다.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는 “스튜디오2.0쪽에 빨리 해결하라고 했더니, 자금이 만들어지는 대로 먼저 주겠다고 해놓고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도자료를 배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스폰지는 극장부금을 양도받은 스튜디오 2.0과 미디어코프의 채권자들에게 극장부금을 지급하여서는 안된다는 법원의 지급정지가처분결정을 받았으며, 미지급된 극장부금을 조속히 직접 스폰지에 지급해달라는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상태다. 스폰지는 보도자료를 통해 “스튜디오2.0으로부터 <영화는 영화다> 극장부금을 양도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채권자들과 <영화는 영화다> 극장부금의 지급 책임을 지고 있는 전국의 <영화는 영화다> 상영극장 역시 <영화는 영화다>의 극장부금이 정당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스튜디오2.0의 A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분쟁은 스튜디오2.0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해야 할 채권자들끼리의 분쟁으로 번진 상태다. 영화 <테이큰>을 스튜디오2.0을 통해 배급한 수입사 와이즈 앤 와이드 또한 <영화는 영화다>의 부금을 채권양수도계약을 통해 양도받은 채권자다. 와이드 앤 와이즈가 스튜디오2.0에 받을 수익금은 약 50억원. 이들의 입장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투자 형식으로 <테이큰> 수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마치 우리가 <영화는 영화다>의 부금을 내놓으라고 해서 받아낸 것처럼 나와 있는데, 우리는 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테이큰>

<영화는 영화다>

2008년 4월9일에 개봉한 <테이큰>의 부금결제일은 2008년 9월16일이었다. 하지만 시한이 되자 스튜디오2.0의 A대표는 “모회사인 미디어코프가 9월에 유상증자를 하는데, 악성부채들을 정리하기 위해 일단 <테이큰>의 부금을 사용했다”며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주식을 매각해서 부금의 일부분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미디어코프의 주식은 약 7천원에 4만주가량이 거래되고 있었다. “10월2일에 30억을 주겠다고 하는데, 당시 시세로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스튜디오2.0이 돈을 유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사인을 받고, 금전소비대책계약서를 써서 공증을 받았다. <영화는 영화다>의 부금양도계약서는 담보로 받아놓은 것이었다. 10월2일에 30억원을 받으면 그때는 풀어버리려 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아직까지 수익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영화는 영화다>의 부금은 <테이큰>의 수입사가 채권양수도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이미 미디어코프의 채권자 5~6명에게 양도되어 있었다. “스튜디오2.0이 어떻게든 일을 진행해서 문제를 풀어야 부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함구하고 있었다”는 이 관계자는 “스폰지가 낸 보도자료 때문에 스튜디오2.0이 문을 닫게 된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 같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배급정산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사건

결국 <테이큰>의 수익금 50억원은 스튜디오2.0의 모회사 미디어코프의 채권자들에게 돌아갔고, <영화는 영화다>의 수익금 35억원은 극장들이 어디에 지급해야 할지 몰라 갖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을 풀어야 할 주체는 분명 스튜디오2.0이다. 그들이 먼저 자신들의 채권자를 교통정리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배급정산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고 말한다. 할리우드의 경우, 배급사와 제작사 양쪽이 동시에 거래망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익금을 인출할 때도 양쪽의 서명날인이 있어야 인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쪽이 통장과 도장을 갖고 있다고 해도 다른 한쪽이 인감분실신고를 하면 돈을 인출할 수 있다. 물론 국내에도 공동명의예금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배급사들이 사용하기를 꺼려하는 제도라는 게 걸림돌이다. 갈 곳을 잃어버린 돈은 주인을 찾아가야겠지만, 영화계 전체가 합리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해 보인다.

“김기덕 감독은 나중에 소송 걸지도”

조성규 (주)스폰지이엔티 대표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스튜디오2.0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전화도 안 받는다. 아마 그쪽도 상황이 복잡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그쪽이 대안을 만들지 않는다면, 우리로서는 2차·3차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스튜디오2.0의 모회사인 미디어코프에서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나. =그쪽에서는 지난해 12월15일까지 주겠다고 했었다. 서류까지 만들면서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게 나 한 사람의 일이었다면 이해하고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나뿐만 아니라 김기덕 감독, CJ창투 그리고 배우와 스탭 모두의 일이다. 그래서 보도자료라도 배포할 수밖에 없었다.

-스튜디오2.0에 직접적으로 소송을 걸 수도 있지 않나. =충분히 있다. 업무상 배임 및 횡령, 이런 게 걸릴 것이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안 하려고 하는 거다. 당사자는 없지 않나. 소송을 해도 실효가 없는 거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은 나중에라도 소송을 걸지 모르겠다. 입장이 다르니까. 우리가 메인 투자사이지만, 다른 부분 투자자나 제작자도 소송을 할 수 있다더라. 그것까지는 말리기 힘들다.

-<영화는 영화다>의 부금이 채권양도된 것을 알게 된 뒤, 배급대행계약서에서 공동배급계약서로 다시 바꿔 쓴 걸로 알고 있다. 그럼 스폰지도 수금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서류상으로는 그렇다. 우리가 극장과 직접 세금계산서를 끊고, 스튜디오2.0에 나중에 따로 나눠야 할 돈을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스튜디오2.0은 우리와 계약서를 써놓고 자기들이 또 극장과 세금계산서를 끊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이미 채권을 양도했기 때문에, 계산서를 끊지 않으면 없는 돈을 가지고 양도해버린 게 되니까 그런 거다. 우리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던 거지.

-<테이큰>의 수입사도 채권자 중 한명이다. =소송상대이긴 하지만 그쪽이랑 싸우는 건 아니다. 양쪽 모두 이 돈을 어느 쪽에 지급해야 하는 지 결정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상태인 거다. 단 우리는 채권양도 자체가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그걸 확인해달라는 쪽이다. 그것이 확인되면 <영화는 영화다>의 부금을 양도받은 채권자들은 모든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판결이 나기까지 최소 3개월이 걸린다. 그 안에 우리가 돈을 받을 수 있다면 소송을 취하할 것이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