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열풍 때문일까요. 영화진흥위원회의 ‘2008년 영화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범죄, 수사, 추리, 스릴러 장르에 대한 관객 선호도는 2007년에 비해 3% 증가했습니다. 매년 수위를 유지했던 액션 장르에 대한 선호도 또한 2.9% 늘어났습니다. 반면 코미디, 멜로 장르에 대한 관객의 선호도는 전년에 비해 소폭 하락했네요. 남성의 경우 24살에서 29살의 관객이 극장을 방문한 횟수가 가장 많았으며, 여성은 19살에서 23살의 관객이 흥행의 주력 부대임을 증명했습니다. 예년의 극장 영화 관람률과 비교할 때 연령대별 선호도는 그닥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취업의 높은 문턱 앞에서도 24∼29살의 남성 관객은 꾸준히 극장을 찾는군요. 영화 관람이 그나마 주머니 부담이 덜해서일까요. 한편 관람 영화 선정시 관객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습니다. 2007년에 비해 무려 11.1%가 증가했습니다. 반면, 입소문은 9.7% 감소했습니다. 아마도 인터넷이 입소문의 통로가 됐기 때문이겠죠?
영화계가 아무리 어렵다 해도 좋은 영화를 보려는 관객의 의지는 꺾이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화여대 ECC에 마련된 예술영화전용관 아트하우스 모모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극장을 운영하는 백두대간 관계자에 따르면, 모모의 관객이 벌써 “씨네큐브 광화문의 60%까지” 올랐다고 하네요. 얼마 전 재개봉한 루이 말의 <굿바이 칠드런>을 찾는 관객의 반응이 특히 호의적이라고 합니다. 이 참에 <안토니아스 라인> <현위의 인생> <위선의 태양> 등 90년대 시네필을 공략했던 영화들도 재개봉할 거라네요. 특히 1월29일부터 열리는 데이비드 린치 특별전에서는 박찬욱 감독이 <블루벨벳>을 추천하는 행사가 있답니다.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도 2009년 행사 라인업을 발표했습니다. 2월 ‘2009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시작으로 베네수엘라영화제(3월), 러시아 모스필름 회고전(4월) 등을 비롯해 데이비드 린, 자크 타티, 돈 시겔 등의 회고전을 열기로 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7월에 열리는 낙원음악영화제. 온갖 악기로 가득 찬 낙원상가의 공간성을 계승해 열리는 행사라고 합니다. 이런 잡생각 어떤가요. 만약 서울아트시네마가 낙원상가가 아니라 세운상가에 있었다면, 어떤 기발한 영화제가 열렸을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단성사가 새 주인 만나 기사회생했다네요.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던 단성사는 지난해 9월 부도처리돼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2005년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재개관했으나 이후 자금 압박으로 인해 경영난에 허덕이던 단성사를 인수한 곳은 디지털인쇄기 및 프린터 납품 업체인 아산M 그룹. 1990년대 초까지 흥행 1번지로 불렸던 단성사, ‘극장 하면 종로’라는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