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은씨는 최근 <한겨레21> 칼럼에서 막장드라마에 명품드라마라는 역설적 애칭이 붙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젠 화낼 기운조차 없고 아무리 화내고 욕해도 달라지는 게 없는 현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려)는 태도”라고 분석했다. 거 참, 마음에 든다. 그러니까 우리 육체적, 정신적 서바이벌을 위해 (먹고사는) 애로는 에로로, (권력 주변의) 노망은 로망으로 봐주자고. 하하하 하하하 근데 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냐.
화내고 욕하고 체념하고 비꼬고 급기야 즐기는 것도 사실 살아남았을 때 하는 짓이다. 난 인간은 대체로 선하다고 여기지만, 드라마건 현실이건 정말 악마 혹은 악마적 아우라가 넘치는 인간(집단)도 있는 것 같다. <꽃보다 남자>의 부잣집 애들, 가자지구를 초토화한 이스라엘 군정 같은.
내 세대는 어릴 때부터 친이스라엘 교육을 받았다.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켜서 천재가 많다느니, 생산 공동체가 얼마나 획기적이라느니, 전쟁이 나면 각지에 흩어져 살던 국민들이 다 싸우러 달려온다느니 하면서 따라 배워야 할 교본처럼 공공연히 얘기됐다. 종교적 도그마에 빠져 무슨 짓이든 하는 인간의 배후에는 사실 이권과 권력욕에 사로잡힌 지도(지배)자와 그들의 여론(영혼)통제가 있다는 사실을, 친이스라엘은 친미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이스라엘은 심오하고 유능한 영성공동체 집단 같았다. 그리하여 예루살렘 땅은 당연히 불량국가들이 아니라 명품국가인 이스라엘의 것이라 믿었다. 기가 막힌다.
그 이스라엘의 최첨단 전투기가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살육하고 있다. 이스라엘 집권세력은 무장세력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이유로 대지만, 악마의 혀다. 그들의 하나님은 이미 얼굴마담일 뿐, 2월10일 자국 총선을 앞둔 도박이자 미국 오바마 취임 전에 상황을 끝내려는 속셈이다. 전쟁은 치밀하게 준비했고 언론은 물론 구호요원의 출입도 철저히 막았다. 유엔의 말도 듣지 않는다(말 하나마나 유엔은 수년째 이 전범국가에 대한 비난 결의안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새 미국 대통령의 입도 막아버렸다. 하루하루의 생존이 더 끔찍한 가자지구에서 어렵게 들려오는 소식은 우리가 어느 시대를 사는지 헷갈리게 한다. 이런 막장 국가에는 어떤 심판이 가능한 것일까.
이스라엘만의 그 하나님, 다른 건 몰라도 부디 참전을 거부한 예비군과 여론(영혼)통제의 볼모가 된 국민들에게만은 당신의 ‘총애’를 거두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