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결국, 온갖 꼴로 드러나는 어루만짐이다. 1996년 나왔던 <사랑의 말, 말들의 풍경>의 속편 격인 이 책 제목이 <어루만지다>인 까닭은 거기에 있다. 위로이고, 배려이고, 무엇보다도 열정인 어루만짐. 그리고… ‘모국어를 어루만짐’.
듣는 것만으로 감흥이 살아나는 단어들을 골라 거기에 이야기를 담았다. 거기에는 노골적으로 사랑을 부르짖는 듯한 입술(부제는 ‘사랑의 기슭 혹은 봉우리’), 혀놀림, 어루만지다 같은 단어도 있지만 사랑을 이야기하기엔 다소 건조해 보이는 모름지기 같은 단어도 등장한다. 이어 목차를 벗어나 본문을 파고들면 상상했던 이야기와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고종석이 꼼꼼하게 골라 담은 언어를 타고 흘러나온다. 이를테면 ‘정분이 두텁지 않아 조심스러움’, ‘수줍고 부끄러움’이라는 뜻의 ‘스스럼’이라는 장. 애정의 대상을 분간할 줄 알게 되면서부터 생기는 스스럼이 열정을 타고 정다움으로 바뀐다는 사랑의 스스럼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그 끝은 너나들이라는, 섹스 못지않은 스스럼 치료제 이야기다. 아주 드문 일, 사회적으로 알게 된 사람들끼리 성별과 나이의 벽을 넘어 너나들이를 하는 일. 존칭이 발달한 한국어에서 더욱 외설적으로 느껴지는 스스럼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