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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남성을 응징하는 여성의 무기 <티스>
문석 2009-01-14

synopsis 아름다운 외모의 고등학생 던(제스 웨이슬러)은 남모를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녀의 성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것이다. 던은 순결을 서약하는 청소년 모임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지만, 자신 안에서 끓어오르는 성에 대한 욕망마저 잠재우지는 못한다. 특히 잘생긴 전학생 토비와 급속하게 가까워지면서 던은 육체의 본능과 종교적 신념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토비에 대한 감정을 숨길 수 없게 된 던은 함께 호숫가로 가서 키스를 나누지만, 토비의 갑작스러운 도발에 당황하며 성기에 힘을 주고 비극적 상황이 발생한다.

라틴어로 ‘이빨 달린 질’을 의미하는 ‘바기나 덴타타’(Vagina Dentata)는 <티스>의 핵심 모티브다. 칼 융의 제자였던 에리히 노이만 등의 연구로 널리 알려진 바기나 덴타타는 북미 인디언이나 마오이족 등의 신화에 등장하는데, 이 이빨 달린 질이 남성의 성기를 절단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티스>는 남성의 입장에서 거세에 대한 공포와 여성에 대한 두려움을 반영하는 이 모티브를 여성 중심으로 바꿔버린다.

<티스>에서 바기나 덴타타는 우선 던의 섹스에 대한 공포를 반영한다. 던이 왕따를 감수하면서도 순결 서약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종교적 성향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어린 날 성기로 이복오빠 브래드(존 헨슬리)의 손가락을 깨물어버렸던 기억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던이 TV에서 B급영화 속 거대 전갈의 날카로운 입을 보며 전율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섹스에 대한 그녀의 두려움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손상시키면 안된다는 이타적인 동기와 근친상간에 대한 터부에서 비롯된다.

바기나 덴타타에 대한 전복적 상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티스>에서 이 모티브는 폭력적인 남성을 응징하는 여성의 무기로까지 발전하는 것이다. 던은 토비에게 마음을 빼앗기지만 자신이 원치 않는 섹스까지 용인하지는 않는다. 던의 남근 절단은 성폭력에 대한 거부 의사로서 우연히 시작됐지만, 여성의 성을 착취하려는 남성들을 잇따라 만나게 되면서 차츰 징벌적인 성격을 띤다. 게다가 던의 바기나 덴타타가 마을 주변의 핵발전소 때문에 생긴 돌연변이이며, 이것이 새로운 진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대목에 이르면 <티스>는 여성이라는 ‘종’의 영속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질의 이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티스>의 매력은 이처럼 급진적 관점을 견지하면서도 영화적 흥미를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히텐스타인 감독은 영리하게도 러스 메이어, 고어 비달, 햄머영화사의 호러영화의 손길이 담긴 생생한 코미디를 만들었다”는 <가디언>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의 말마따나 이 영화는 기독교적 순결주의에서부터 환경오염, 근친상간, 남근주의 등을 통렬하게 풍자한다. 또 성기가 잘리는 장면에서는 고어적 취향을, 던과 토비가 호숫가에서 물놀이하는 장면에서는 슬래셔 무비의 영향까지 느낄 수 있어 호러 장르의 팬들에게도 확실한 매력을 발산한다. 하여간 X대가리 함부로 놀리는 남성들이여, 조심하라. 바기나 덴타타의 진화는 지금 여기서도 진행되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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