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신이냐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막장이라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가끔 이 말이 하고 싶었다. “MB 욕 좀 그만하자.”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면, 이게 막장이라면, 그 책임은 오로지 MB에게 있지만 말이다.
2007년 봄에 발표된 소설가 백영옥의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단편이 있다. 소설 속에서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변비에 고생하는 아빠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고 하고, 쉰아홉살 아빠의 흡연결심과 가출을 접한 엄마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고 하고, 부동산 사기분양에 로또 당첨금을 날린 삼촌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고 한다. 실제로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랬다. 그리고 지금은 MB다. 펀드가 박살나고, 남북관계가 파탄나고, 아이들이 더 극심한 사교육판에 내몰리고,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선생님들이 잘리고, 언론악법이 현실화되고, 국회가 난장판이 되고, 종이잡지의 위기는 더 심화되고, 우리집 아이는 갈수록 말도 안 듣고 공부도 안 하고 뽀뽀도 기피하고, 이런 게 다 모조리 MB 때문이다. 어떤 건 확실히 MB 때문인 것 같고, 또 어떤 건 세계경제의 구조적 불황 때문인 것 같고, 또또 어떤 건 단순히 내 불찰 때문인 것 같아 아리송한데, 에라 모르겠다. 무조건 이게 결국 다 MB 때문이다.
한데 이상하다. MB를 욕하는 게 듣기 싫어졌다. 구차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은 눈빛만 교환해도 다 아는 사실인데. 굳이 새롭지도 않은 이야기로 MB를 까는 게 고장난 MB, 아니 MP3처럼 들리는 거다. 어느 날 문득, MB를 준엄하게 질타하는 신문 칼럼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칼럼은 뻔한 원론에 입각해 MB의 행태를 조목조목 짚다가 “대통령의 성찰을 촉구한다”고 꾸짖었다. 갑자기 MB를 식상하게 비판하는 칼럼들의 성찰을 촉구하고 싶어졌다. 물론 예리하고 서늘한 자객의 검 같은 논리를 만나기도 한다. 문제는 너도나도 MB를 비판하고 그것이 관성화되면서 판에 박힌 ‘타령조’가 흔해졌다는 거다.
2008년의 촛불집회를 떠올린다. 어린 학생들과 시민들의 그 발랄하던 구호와 카피를 기억한다. 그들의 피켓에서 빛나던 통찰과 유머와 해학에 시민들은 함께 웃었다. 그 유희가 그립다. 아직도 4년 남았다. MB를 ‘쉽게’ 욕하지 말자. 욕을 아끼자. 하려면, 색다르게, 예측불가능하게 하자. 안되면 차라리 시시껄렁하되 재밌는 농담을 하자. MB 탓 또는 남 탓 말고 나나 잘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