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는 ‘극장에 아줌마들이 뜨면 그 영화는 대박난다’는 속설이 있다. <괴물> <왕의 남자>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모두 뒤늦게 극장으로 쏟아진 아줌마들이 아니었다면 1천만 관객을 돌파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아줌마 관객의 문제는 ‘한발 늦다’는 점이다. 극장 문화에 익숙한 30대 이하와 달리 이들은 언론의 대서특필 등으로 어떤 영화가 이슈로 떠오르기 전까지는 좀처럼 극장 문을 두드리지 않았던 것. 그러니 앞서 말한 충무로의 속설은 ‘평소 영화관을 잘 찾지 않는 40대 이상 중년 여성들이 극장을 찾아올 정도니 엄청난 흥행작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결과론인 셈이다.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이들에 관해 한번 폭발하면 무섭지만, 흥행을 주도할 수는 없는 소극적 성향의 관객층으로 분류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속설은 뒤집히고 있다. 최근 개봉한 <쌍화점>이 대표적이다. 극장가에서는 이 영화가 개봉한 지 6일 만에 150만 관객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을 아줌마 관객으로 보고 있다. <쌍화점>을 배급한 쇼박스의 박진위 팀장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 반응을 종합해보면 개봉과 동시에 40대 이상 중년 여성 관객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 영화가 평일에도 꾸준히 10만명 이상을 동원하는 것도 방학을 맞은 학생과 함께 아줌마 관객이 몰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중년 여성층이 개봉 초반부터 몰리는 건 분명 기현상임에 틀림없지만, 이미 전조는 존재해왔다. 극장가에서는 2007년 개봉한 <색, 계>를 그 시초로 본다. 이 영화가 198만명을 동원한 데는 아줌마 관객의 파워가 큰 역할을 했다. <색, 계>를 수입한 마스엔터테인먼트의 송근이 팀장은 “개봉 당시 아파트 단지 주변 극장의 조조 상영이 매진될 정도로 중년층의 관람이 두드러졌다”고 말한다. 아줌마 파워를 실감하게 한 또 다른 영화는 <맘마미아!>다. 이 영화는 지난해 9월 개봉해 최근까지 460여만명을 동원하며 2008년 외화 흥행 1위를 기록했다. <미인도> 또한 아줌마의 힘을 실감케 한 영화다. 이 영화를 보러 온 240만 관객 중 상당수가 무리지어 찾아온 아줌마들이었던 것으로 극장가는 분석한다.
CGV 이상규 팀장은 “극장 입장에서 아줌마 관객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한산한 평일 낮시간대 객석을 메워줄 수 있는 고객이다. 주부 대상으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영화에 관해 토론하는 ‘브런치 클래스’와 주부회원 대상으로 시사를 벌이는 것도 이들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효과도 있다. CGV에 따르면 멤버십 회원 중 극장을 찾는 40대 이상의 비중은 2005년 8%에서 2007년 17.78%로 급증했다.
아줌마 관객의 급증은 주거지 주변으로 멀티플렉스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이상규 팀장은 “그들을 위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상영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맘마미아!>를 제외하면 아줌마 관객에게 먹히는 콘텐츠는 모두 ‘소문난 야한 영화’들이다. 아줌마들이 왜 핑크빛 영화나 ‘막장드라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지는 사회심리학에서 연구할 분야겠지만, 놀랍게 성장하고 있는 이들 관객층을 위한 영화가 좀더 많이 기획될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