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진 아나운서가 자기랑 꿈에서 미팅했다고, 이웃의 장 여사가 득달같이 알려왔다. 언론노조 파업이 한창일 때였다. 잠이 덜 깬 나는 “우리 상진이 요즘 바쁜데”로 일축했지만 막 샘이 났다. 둘째를 가진 장 여사는 요즘 호르몬 이상 때문인지 틈만 나면 여러 남자를 꿈에 불러들인다. 그런데 오상진과는 꽤 구체적이었던 모양이다. “오상진이 뒤에서 빽허그로 나를 포옥 안아주면서 ‘우리 또 만날까요?’ 이랬단 말이야!” 클럽 유부녀들의 탄식과 성토가 이어졌다. 우리 상진이를 왜 너 혼자 만나니. 상진이 같은 남자는 공유해야 해. 버럭.
그를 처음 봤을 때 막 데려다 먹이고 입히고 싶었다. 그의 미덕은 방송을 한 지 햇수로 4년에 접어들지만 여전히 데려다 먹이고 입히고 싶은 상태 그대로라는 것이다. 아흐, 카메라가 돌건 말건 있을 때 먹자 정신으로 덤벼드는 그 모습을 봐. 조명 안 받는 곳에서 늘 입는 유행 지난 그 파카(이번 파업 때도 입고 다니더만) 차림에 재수생 헤어스타일이라니.
빈틈있고 개념 많은(지난해 6월 그가 미니홈피에 쓴 개념 글 조회수 아찔했다) 훈남 오상진은 이번에 파업을 하면서도 “방송 관계자의 한명”, “언론노조의 일원”으로 겸손하게 자신을 표현하면서, 솜털 안 가신 보송한 표정으로 “절차적 정당성”, “다양한 목소리”, “1등과 성공만 부추길까봐” 등을 말했다. 김주하처럼 또박또박 매그럽진 않았지만 뜸들이고 조심하고 버벅대니, 왠지 더 고민과 진심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일단 언론관계법 처리는 2월로 미뤄졌다. 제출된 지 한달도 안된, 상임위 심의조차 거치지 않은 법안을 직권상정하려 했다니, 내용을 떠나 방식도 뻔뻔하다. 여야 합의 뒤 돌아서서는 “합의처리에 노력한다와 합의처리는 다르다”고 강행 의사를 꺾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쪽을 팔 정도로 언론관계법이 그렇게 절박한가? 익명의 어느 한나라당 의원 말처럼 이른바 ‘언론 선진화’를 왜 언론인이 아닌 정치인이 목숨걸고 해야 하는데? 아놔.
어쨌든 자꾸 상진이가 눈에 밟힌다는 장 여사를 필두로(그날 이후 성 떼고 이름만 부르고 있음) 많은 누나들이 쌍심지를 켜고 있다. 재벌과 족벌언론에 방송을 팔아넘기면 우리 상진이는 어떻게 되냐고. 상진이의 입에서 “역시 어디든 잘 우려먹는 삼성의 국물맛은 세계 1등이죠”라거나 “역시 라면 냄비는 <중앙일보>나 <조선일보>로 받쳐줘야죠” 같은 멘트가 나오지 말란 법 있냐고. 오~상진, 따숩게 입고 잘 챙겨먹어. 힘들면 누나 집에 와서 다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