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턴트: 다크에이지>(이하 <뮤턴트>)는 SF액션 장르를 표방하지만 사실은 좀비호러물에 가깝다. 암흑의 기운을 전달하는 것은 다름 아닌 머신(기계)이 탄생시킨 변종 생명체 뮤턴트들인데 이 뮤턴트들은 모습부터 특징까지 좀비와 거의 흡사하다. 탄생은 이렇다. 먼 옛날 신에게 패배한 악마가 인간에게서 영혼을 빼앗고 대신 악의 정신을 불러넣기 위해 만든 ‘머신’. 이 머신이 생포한 인간의 영혼을 빼앗고 악의 정신을 불어넣어 돌연변이 생명체 뮤턴트를 양산해낸다. 오염된 세포가 이식되는 즉시 뮤턴트로 돌연변이되며, 세포가 순식간에 파괴된 세포를 재생성하여 좀체 죽지 않는다. 게다가 뮤턴트로 변하기 전의 ‘인간’이 아직 내부에 살아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호러의 대가 존 카펜터에게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거절당했다는 사실만 봐도 <뮤턴트>의 분위기가 그려진다.
물론 사이먼 헌터 감독이 영입되면서 <뮤턴트>는 색다른 색깔을 입게 된다. 7살 때부터 부모와 애완견을 출연시킨 우주 영화를 만들 정도로 SF물에 관심을 보였던 헌터 감독은 스웨덴 게임회사 타깃게임에서 만든 역할놀이 게임과 보드 게임에서 발전시킨 이야기를 요리한다. 스팀펑크 스타일을 한껏 재현한 종말의 미래는 <뮤턴트>를 관통하는 밑그림이다. 그러나 시도에 비해서 결과는 형편없다. <뮤턴트>는 장 피에르 주네의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로부터 벌써 십수년이 흘렀음에도 그때 창조해냈던 묵시론적인 분위기를 절반도 재현해내지 못한다. 러닝타임 내내 전사들이 싸우는 어두운 암흑의 세계는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그대로 참을 수 없는 갑갑함으로 전가된다. B급 쾌감이라도 줬으면 좋았을 텐데, 저렴한 CG에 존 말코비치와 데본 아오키의 저렴한 연기, 그리고 저렴한 이야기 구조가 고작 이 영화를 수식해줄 수 있는 전부가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