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근육, 남자는 슈트, 남자는 운전, 남자는 싸움이다. <트랜스포터> 시리즈의 주인공 프랭크 마틴은 이처럼 이상화된 남성 캐릭터의 총체적인 결과물이다. 영화는 프랭크로 시작해서 프랭크로 끝난다. 제이슨 스타뎀이 분한 프랭크를 통해 애크러배틱 액션과 속도감 넘치는 카체이싱, 그리고 생사고락을 함께하게 된 여자와의 로맨스를 보여주는 게 본연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빈구석 또한 굳이 프랭크가 옷 벗고 싸울 필요가 없는데도 싸우게 만들 때 생겨난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프랭크가 몸으로 차를 쫓고 차로 비행기를 쫓아도, 도시의 마천루를 징검다리 삼아 공중전을 벌여도 의아해할 겨를이 없다. 뤽 베송 사단이 이 빈구석을 정말 빠른 스피드로 메우기 때문이다.
프랭크의 마지막 작전은 더 빨라졌다. 차와 20m 이상 떨어지면 몸이 공중분해될 지경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차에서 떨어진 프랭크가 자전거를 타고 차를 쫓는 시퀀스는 <트랜스포터: 라스트미션>(이하 <라스트미션>)에서 가장 빠른 편집으로 짜여졌다. 액션 연출 스타일도 바뀌었다. 여전히 프랭크는 애크러배틱 액션을 구사하지만, 2편인 <트랜스포터: 익스트림>과 비교하면 동작의 우아함을 보여주기보다는 상대를 재빠르게 제압하는 능력을 묘사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액션의 크기가 더 커진 것에 비해 쾌감은 덜하게 느껴진다면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라스트미션>은 뤽 베송 사단이 세계적인 트렌드를 어떻게 수용해가는지를 드러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더 빠른 스피드를 위해 뤽 베송 사단이 차용한 것은 이른바 말하는 ‘미드’스타일이다. 영화는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커팅되는 점프 컷으로 대부분의 장면을 묘사한다. 전편에서 종종 드러났던 독신남 프랭크의 고독한 내면을 슬쩍 내비치는 순간마저 사라졌다. 대신 영화가 전시하는 것은 프랭크의 잘 다져진 근육질 몸매다. 극중에서 슈트를 벗어던진 채 싸우는 프랭크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는 여인의 시선이 지금 관객의 취향이 아닐까? 그것은 곧 뤽 베송 사단의 영화가 아직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