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밍’은 참 어렵다. 무엇인가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까다롭고 머리 아프다. 지면개편 때 섹션이나 칼럼의 문패를 다는 일도 마찬가지다. 벼락처럼 어느 순간에 그럴싸한 이름이 머리를 치고 지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수십번씩 바꿔보아도 마음에 딱 와닿는 게 없어 애를 태울 때가 많다. 이번에도 그랬다. C-ground와 R-point 같은 경우는 단박에 지어졌다. 한데 몇몇 코너의 이름은 마지막까지 쉽게 떠오르지 않아 고생을 했다. 처음엔 기자들을 상대로 공모를 했다. 여의치 않자, 나중엔 편집팀 기자들을 자료실에 감금(!)했다. 마땅한 대안이 나오기 전엔 절대 못 나간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며 아이디어를 강요했다. 나름 효과적이었다고나 할까. ^^
그렇다. 이번호부터 지면을 개편한다. 새롭게 단장한 지면을 떨리는 마음으로 선보인다, 라고 할 것까진 없다. 경천동지할 뭔가가 있지는 않다. 그냥 조금 바뀐다. 사실 개편도 하기 전에 일부 독자의 반발을 샀다. 지난주 이 칼럼에서 알려드렸던, ‘이주의 한국인…’과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의 폐지 때문이었다. 내부에서도 고민이 컸던 대목이었다. 논쟁도 오갔다. 결국 변화를 주자는 쪽의 손을 들었다. 섭섭한 독자에게 입에 발린 위로의 말을 던지는 건 별 의미가 없으리라. ‘굴러온 돌’에 속하는 코너와 칼럼들이 독자에게 제대로 어필하느냐에 달려 있겠다.
사실 잡지를 만들어오면서 가장 하기 싫은 일 중 하나가 지면개편이다. ‘선택의 순간’에 직면해야 하는 상황은 정말이지 괴롭다. 편집장으로선 악역의 비애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다. 진화해야 한다. 정체되면 망한다. 가끔씩 관성에 찌든 마인드를 고쳐먹어야 하고, 화장과 패션을 손봐야 하며, 수술대에 오르는 모험을 감행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지면개편이 그 모든 걸 종합한 총체적인 혁명의 과정이었다고 보긴 힘들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조금 고쳤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간에 기별도 안 가게 고쳤냐면, 그 역시 아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122쪽을 참고하기 바란다.
지면개편의 궁극적 목적은 독자를 유혹하기 위해서다.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를 보면 ‘마성의 게이’가 등장한다. 거부하기 힘든 매혹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씨네21>은 ‘마성의 잡지’가 되기를 희망한다. 부족한 매혹은 계속 채워나가겠다. 지금 이 잡지를 읽는 당신이 ‘마성의 독자’임을 확신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