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 독자 이메일을 받았다. 야호. 근데 달랑 두줄.
“지난호 칼럼 제목에 문제 있습니다. ‘5년만 버티자고요’ 하셨는데 4년 남았습니다. 그전에 구캐의원 선거 있으니 3년 몇달만 더 버티면 됩니다.” 나의 답장. “아, 맞습니다. 예리하시군요. 우쨌든 저는 5년 더 살겠습니다. 독자님은 니 맘대로 하세요.” 다시 Re: “다음 선거 때까지 살아남아 있을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그는 영어 공인시험은 더 볼 필요없을 정도고, 각종 인턴십과 알바, 자격증 등으로 이력서 세장이 넘어가며, 학력 외모 나이 배경 심지어 심리·적성 검사 결과 ‘거의 표준’인…, 인간 백수라고 했다. 그가 피 같은 돈을 써서 씨네리를 사 보는 이유는 가격 대비 텍스트의 양이 많기 때문인데, 문제는 ‘이 두꺼운 씨네리’를 다 읽고도 시간이 남아 돈다는 것이다. 어느 높은 분이 새해 3월이면 대학 마치고 오갈 데 없는 청년들까지 쏟아져 나오므로 정신 차리고 (경제를 살리자는 게 아니라) 강력한 공권력을 갖추자는 요지의 발언을 하셨더랬다. 내 보기엔 배가 고파 집 밖으로 나올 힘도 없는 거 같은데.
그래도 소처럼 견디는 수밖에. 하루 30분씩만 자전거를 타도 수명이 4년 연장된다니, 인생 5년 정도 ‘세이브’하는 거 그리 불가능한 일 아니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도 스트레스를 관리·예방하는 방법도 다르다. 그래서 자기를 잘 아는 게 제일 중요하다. 문제는 조직이나 사회에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는 인간이 자기를 잘 모르거나, 자기 관리가 안될 때다. 리더가 강박적이고 오만하거나, 리더 주변인들이 눈치나 보고 탐욕스럽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는지 지난 한해 충분히 알았다. 해가 바뀔 즈음 그들 입에서 나온 말로도 거듭 확인된다.
“4대강 정비 다 되고 나면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할 것이다.”(이명박 대통령): 당신이 좋은 거지. “아직도 새 정부의 정책을 이념화, 정치화해서 갈등을 부추기는 현상이 있는 게 아쉬운 점이다.”(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 주객이 바뀌었군. 아니 주어가 사라졌군. “이 대통령에게 짐이 되지 않고 힘이 되는 각료가 되자.”(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근데, 아저씨는 왜 자꾸 국무회의 자리에 앉아 있나요. 새해를 맞아, 리더와 그 주변인에게는 심층 심리분석받기를 권하고 싶고, 나와 당신에게는 포기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 모든 게 잘 안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오래 살기라도 하자니깐. 헬시 뉴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