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춥다. 애나 나나 집귀신이 될 판이다. 아파트 관리비는 덩달아 엄청 나왔다. 어흑. 아니야, 아니야. 이런 나약한 정신전력으로 어떻게 초일류 병영국가를 건설하겠어.

한때나마 나는 새 CEO 밑의 직원인 줄 알았는데, 그러다 공장의 기계·설비나 재료 취급을 받아서 슬펐는데, 그것도 아니었어. 우린 그냥 졸병이야. 가치나 용도에 대한 생각이나 감정을 이입하면 안돼. 입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해야 해. 안 그러면 지난주에 다혜리가 요 왼쪽에서 일갈한 대로 선생님들처럼 된다고.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온갖 자리에서 군사용어를 남발한다. “행군할 때 멈칫하고 기웃기웃하면 속도감이 떨어지고 전체 대열이 흩어진다”는 얘기는 대통령이 군부대 시찰에서가 아니라 정부 부처 새해 업무 보고를 받을 때 한 말이다. 여당 대표는 4대강 정비사업과 이른바 ‘MB법안’들의 처리를 강조하면서 “대통령의 신화적 돌파력”, “대통령이 지휘봉을 들고 땀 흘리는 모습”, “경제회복이란 고지를 점령”, “우리 국회도 속도전에 들어가야”… (지겨워서 이하 생략) 등의 얘기를 늘어놓았다. 무엇을 벤치마킹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겠다. ‘더 열심히 일해 경제를 일으키자’던, 북괴의 김일성이 주창해 1958년부터 시작됐다고 교과서에 나왔던, 천리마운동. 비슷한 것으로는 삽질 몇번에 허리 한번 펴기도 있었던 거 같은데.

MB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시민이 목소리를 낼 길은 겹겹이 통제된다. 언론이 정권과 재벌의 입맛대로 바뀌고 나면, 대안은 직접 소통밖에 없다. 근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인터넷 댓글만으로도 사이버모욕죄(친고죄가 삭제된 정보통신망법)에 걸릴 수 있고, 여럿이 모여 집회라도 할라치면 어디선가 반드시 나타날(!) 장사에 손해봤다는 상인들의 집단소송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불법집단행위 집단소송법, 일명 떼법방지법), 내가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누구와 어떤 얘기를 주고받는지 모든 기록이 보관되는데, 안 그래도 바쁜 경찰을 대신해 민간 업자들에게 법적인 의무로 짐지워졌다(통신비밀보호법).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와도 어쩔 수 없다. 마스크 쓰고 하는 침묵시위조차 안된다(복면금지법). 이건 정말 군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군대는 세끼 밥은 먹여주잖아.

그나마 시간은 흐른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다. 국방부 시계도 간다.

올 한해 모쪼록 건강하게, 잘 버티세요. 우리 나중에 딱 5년만 더 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