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사슴 미모 지수 ★★ 김병만의 목소리 싱크로율 지수 ★★★★ 무차별적인 교훈에 낯간지러울 지수 ★★★★
꼬마사슴 니코(장근석)는 일종의 ‘유복자’나 다름없다. 아빠는 엄마와의 하룻밤 불장난으로 니코를 잉태시킨 뒤 자취를 감췄다. 엄마에 따르면 니코의 아빠는 사슴세계의 엘리트 집단인 산타 비행단의 일원이었고, 그녀가 만난 수컷 중 가장 멋진 사슴이었으며, 지금은 엄마뿐만 아니라 니코의 존재도 모른 채 살고 있다. 하지만 니코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슴일 거라 상상하며 하루빨리 아빠를 만날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니코의 실수로 사슴마을은 늑대의 습격을 당하고, 니코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니코에게 남은 자존심은 역시 아빠뿐이다. 그는 친구인 날다람쥐 줄리어스(김병만)와 함께 산타마을을 찾아나선다.
북유럽의 애니메이터들이 합심해 제작한 <니코>는 이제는 낯설게 느껴질 만큼 진부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픈 남자아이가 잃어버린 아빠를 찾아 떠나는 험난한 모험이 이야기의 기둥이다. 영화는 이 기둥 안에서 온갖 교훈세례를 퍼붓는다. 자신감을 가지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옆에 있는 친구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는 것. 물론 가장 강조되는 주제는 가족의 따뜻한 사랑이다. 취학아동 관객도 헛웃음을 지을 법한 설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니코>가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에 무조건적인 찬사를 늘어놓는 건 아니다. 영화는 세태를 반영한 듯 니코의 아빠를 희대의 한량이자, 난봉꾼으로 묘사해놓는다. 그리고 니코에게 아버지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옆에 있는 친구를 챙기라고 충고한다. 결국 이야기의 결론은 아버지와 아들의 뜨거운 해후가 아닌, 꿈을 이룬 아기사슴의 웃음이다. 하지만 미취학아동 관객이라면 가족의 개념이나 교훈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극장에서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즐길 수 있는 몇몇 장면들이 눈에 띌 것이다. 산타할아버지를 죽이고 대신 산타가 되려는 늑대에게는 “안돼!”를 외치고 늑대의 추격을 받는 사슴에게는 “니코! 도망가!”라고 주의를 줄 수 있으며,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하늘을 날게 된 니코의 모습을 보며 박수를 칠 수도 있다. 사방이 온통 눈으로 뒤덮인 단조로운 배경의 애니메이션이지만, 눈사태와 낭떠러지 폭포에서 벌어지는 액션장면들도 세심한 공을 들인 볼거리다.
tip/배우 장근석과 코미디언 김병만이 각각 니코와 줄리어스 목소리를 연기했다. 장근석의 꼬마목소리 연기는 다른 전문성우들의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지만, 김병만의 목소리는 어색하지 않다. 의외인 점은 김병만의 ‘달인개그’가 영화 내내 패러디되지 않는다는 것.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에야 “하늘 날아 봤어? 날아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어~”라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