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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아리송한 파업전야
안현진(LA 통신원) 2008-12-23

영화배우조합 이견 분분한 가운데 내년 1월2일부터 찬반투표

미국 영화배우조합(SAG)의 파업으로 향한 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더 나은 노동환경을 위해 단결해야 하는 시기에 “지금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 SAG는 지난 6월30일 미국 영화방송제작자연합과의 단체협약이 만료된 뒤 재계약을 위해 반년에 가까운 시간을 협상에 투자했지만, 실속없는 결과가 이어졌다. 그리고 12월8일 한번 더 협상이 결렬되면서 SAG는 2009년 1월2일을 시한으로 파업승인 투표를 실시한다며 12만명의 전국 조합원들에게 투표용지를 발송했다.

그런데 12월15일 조지 클루니, 톰 행크스 등을 포함한 130명의 회원이 투표를 철회하라는 탄원서를 운영진 앞으로 보내왔다. 지금은 파업승인 투표를 실시하기에 적당한 시점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최악의 불경기에 파업을 실시해 영화계 종사자들을 실직시키는 일은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 단일직종 파업으로 인한 연쇄실직은 2007년 100일 동안 이어진 작가조합 파업으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탄원서는 또, 찬성표를 많이 얻어 협상에서 유리한 지위를 선점하겠다는 SAG 회장 앨런 로젠버그의 입장에도 반대했다. 투표가 협상 도구로 쓰여서는 안된다는 것. 조합과 투쟁을 지지하지만 투표에는 반대하는 이 서한에는 스티브 카렐, 카메론 디아즈, 모건 프리먼, 헬렌 미렌, 이안 맥그리거, 에드워드 노튼 등 잘 알려진 배우들의 서명이 동반됐다.

그러나 멜 깁슨, 에드 해리스, 홀리 헌터를 포함한 31명은 파업을 지지하는 쪽에 서 있다. 그리하여 멜 깁슨과 톰 행크스라는 굵직한 배우 둘을 기준으로 양분된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멜 깁슨쪽은 “SAG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로젠버그 역시 “이 중요한 시기에 함께 노력하지 못하는 것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안을 놓고 배우들만 양분된 것은 아니다. 전체 회원의 25%를 담당하는 뉴욕 조합은 12월8일 이후 소집된 긴급회의에 불참할 의사를 밝히며, “모두 모이는 것은 시간 낭비”라며 비디오 컨퍼런스를 제안했다. 또한 뉴욕 조합은 투표를 철회하자는 입장에 가깝다. 현재 SAG는 배우들과 지역 분열에 자포자기한 듯 “이런 상황에서 어떤 논의가 효과가 있겠냐”며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