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딱딱한 자리 말고 내년엔 포장마차에서 시상식하자.”
지난 12월16일, 11회 디렉터스컷 시상식이 열린 CGV압구정 극장. 올해의 감독상 시상을 하러 나온 이창동 감독은 대뜸 딴죽을 건다. 여느 시상식에서라면 불가능할 이런 불평도 ‘디렉터스컷 시상식’이라면 가능하다. 아니 오히려 환영이다. 디렉터스컷 시상식은 감독들의 눈으로 선정한 한국영화계의 한해 결산이다.
“영화 만들기의 고생을 아는 사람이 모여 주는 상이라 값지다”는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김지운 감독의 수상소감처럼, 이 시상식은 영화인의, 영화인에 의한, 영화인을 위한 영화인만의 ‘이기적인’ 잔치다. 임권택 감독은 자신의 손때가 묻은 뷰파인더를 후배 감독이자 신인감독상 수상자인 나홍진 감독에게 건네주고, 김지운 감독은 자신이 받을 뻔한, 돈 주고도 못 사는 선배 감독의 뷰파인더를 내심 탐내는 곳. 디렉터스컷만이 연출할 수 있는 풍경이다. 남우주연상 수상자 하정우가 3년 전 신인연기상을 받고 이렇게 빨리 이 자리에 섰다며 “충격적이다”라는 말을 뱉자 이후 수상자인 여우주연상 공효진, 감독상 김지운 감독까지 사용하는 유행 수상 코멘트가 되어 연속 웃음을 불러온 다. 영화에 뼈를 묻고 사는 ‘그들이 사는 시상식’에는 그래서 어느 누구도 딴죽을 걸 틈이 없는 즐거움만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