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정/ 영화평론가
내가 처음 매료된 영화는 장 콕도의 <오르페>였다. 80년대 중반 프랑스문화원에서 자막도 없이 온통 흑백영화의 신비로움에 취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근래의 기억. <어머니와 아들>을 비롯하여 소쿠로프 영화를 스크린으로 보았을 때의 저릿한 전율은 오래도록 날 달뜨게 했다. 이런 기억과 충만감을 또 어디에서 맛볼 수 있을까? 알랭 레네식으로, 도서관이 ‘세상의 모든 기억’이라면, 시네마테크는 ‘영혼에 관한 모든 기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래도록 영혼의 비밀을 엿보고 그 기억을 은밀하게 반추하고 싶다. 내가 서울아트시네마를 지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