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더 만들어서 영화인들에게 일자리를 드리기 위한 행사입니다. 꿈과 희망을 드리는 행사입니다.” 12월18일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한국영화 제작활성화를 위한 프로모션 2009’ 사업설명회에서 강한섭 영화진흥위원장이 밝힌 행사의 취지다. 이날 영진위는 2009년 저예산영화 제작지원과 한국영화 기획개발지원 방안을 설명했다. 영진위가 두 사업을 합쳐서 75억원을 지원 또는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히는 자리였기에 관심과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씨네큐브의 좌석 291석을 제작사 관계자와 독립 프로듀서 등이 거의 채운 것도 그만큼 충무로에 돈이 말랐고, 모두가 절박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방증했다.
하지만 이날 영진위가 밝힌 지원계획은 영화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에는 모자라는 내용이었다. 10억원 미만의 영화 10편에 5억원에서 9억원을 지원 또는 투자하겠다는 ‘저예산영화 제작지원 및 연계 투자 방향’이나 10편 정도를 선정해 2천만원을 제공하고 2, 3단계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5편 내외에 작품당 최대 6천만원을 지원한다는 ‘한국영화 기획개발 지원 방향’은 돈가뭄에 시달리는 충무로에 단비가 되기는 어려워 보였다. 질의·응답 시간에 많은 프로듀서들은 ‘10억원 미만 저예산영화의 성공사례가 드물다’거나 ‘공정성과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는 문제제기를 했다. 한 프로듀서는 “한국영화가 말기암 환자라면 항암제를 투입해야 하는데, 이번 조치는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마약주사 같은 느낌”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게다가 신설됐다는 저예산영화 제작지원이 올해까지 시행되던 HD영화 제작지원과 예술영화 제작지원 대신 만들어진 탓에 작품당 지원금만 종전보다 늘어났을 뿐이니 현장의 영화인이 체감하는 온도는 지극히 낮았을 법하다.
여러 영화인들은 이날 자리가 취임 6개월이 넘도록 별 성과를 내지 못한 강 위원장의 공적 쌓기 차원 아니냐고 문제제기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이날 “지원제도로 10편 정도를 지원하게 되는데 한편당 100명의 스탭이 참여하니 1천명의 일자리를 만든 셈”이라고 했는데, 지원대상인 10억원 미만 영화의 스탭 수가 40~50명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발언은 성과주의적인 인상이 짙다.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한국영화산업 투자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유인촌 장관이 발언한 내용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었다. 유 장관은 “영진위는 한국영화를 진흥하라고 있는 조직인데, 진흥을 못할 바에는 해체하는 게 낫지 않냐”고 일갈했다. 진정으로 영화인들의 ‘꿈과 희망’을 고민하는 영진위의 태도가 간절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