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뇨 중독 지수 ★★★★★ 하야오 팬 만족도 지수 ★★★ 한국 흥행 따논 당상 지수 ★★★★★
포뇨의 인기가 거세다. 일본에서 7월 개봉한 <벼랑 위의 포뇨>(이하 <포뇨>)는 6주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1263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한번 들으면 중독된다는 포뇨송이 영화 개봉 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불리는 동안 포뇨의 위력도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포뇨>는 올 일본 최고 흥행영화로 등극했으며, 역대 흥행성적 10위권 안에 드는 기록을 세웠다. 주인공 포뇨의 막강 인기에 힘입어 ‘포뇨처럼 귀엽다’라는 뜻의 신조어 ‘포뇨루’(ポニョる)가 생겨날 정도. 이쯤 되면 누구도 쉽게 막을 수 없는 초강력 바이러스다.
<포뇨>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해석한 지브리표 <인어공주>다. 바닷속에 사는 물고기 소녀 포뇨는 바다생활이 마냥 따분하다. 아빠 몰래 해파리를 타고 외출을 시도한 포뇨는 우연히 바닷속을 청소하던 그물에 휩쓸려 유리병 속에 갇히게 된다. 때마침 해변에 놀러온 소년 소스케는 포뇨를 발견하고 친구가 된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뿐, 포뇨는 아빠 후지모토에게 끌려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그러나 인간이 되어 소스케와 지내고 싶은 포뇨는 동생들의 도움으로 거대한 파도와 함께 다시 소스케에게 향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포뇨>는 하야오의 작품 중 가장 연령대가 낮아진 영화다. 백발이 성성한 노감독은 나이를 먹었지만, 그의 작품은 불로장생초를 먹은 듯 늙지 않았다. ‘다섯살짜리 아이도 이해하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감독의 다짐은 <포뇨>를 수식할 가장 적확한 수식이다. 스토리는 지극히 단순해졌고, 디테일은 사라졌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사실적인 배경들은 생략의 묘를 발휘하여 뭉뚱그려졌고, 그림의 선은 부드럽고 역동적으로 표현된다. 모든 것은 아이들의 눈이 따라갈 수 있는 적정 수준으로 재단된다. 프로듀서 스즈키 도시오, 미술감독 요시다 노보루, 작화감독 곤도 가쓰야, 그리고 히사이시 조의 음악까지…. 막강 지브리 사단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발전시켜온 모든 기술과 감성을 총동원,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데 아낌없이 발휘한다. 포뇨의 파급력은 바로 이 ‘쉬운 해석’에 있다.
물론 대상 관객층을 변경해버리는 바람에 정작 미야자키 팬들은 조금 당혹스러울지 모른다. 영화의 초반, 기대에 찬 팬들의 설렘은 극의 중반 이후, 선과 악의 구분마저도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점프해버리는 단순한 스토리라인으로 희석되어버린다. 동화 속의 비극적인 인어공주는 지브리 사단과 만나 모험을 즐기는 맑고 깨끗한 동심의 주인공으로 천진하게 재해석된다. ‘메이’의 친구였던 ‘토토로’(<이웃집 토토로>)가 귀엽지만 사연 많은 친구라면 포뇨는 한없이 귀여운, 아주 잘 팔리는 인형 캐릭터에 머물고 말았다. 그래도 미야자키라서 괜찮다면, 그것 역시 그리 나쁘진 않겠지만.
tip/<포뇨>는 한컷 한컷 미야자키 감독이 손수 그린 손그림으로 완성된 수공예 애니메이션이다. 활기찬 포뇨의 움직임, 바다의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해 <포뇨>의 셀화는 이전보다 많아졌다. <마녀배달부 키키>가 7만장의 셀화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11만장의 셀화를 사용했다면, <포뇨>는 거의 17만장의 셀화를 연필만을 사용해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