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캐리의 한국말 솜씨 지수 ★★ 주이 디샤넬의 노래 솜씨 지수 ★★★ 한번쯤 ‘노’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지수 ★★★★
2005년 <뻔뻔한 딕 & 제인> 이후 오랜만에 짐 캐리가 코미디 <예스맨>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선보였던 <넘버23>의 우울한 뒷맛은 잊어도 좋다. 짐 캐리 특유의 토끼 같은 앞이빨을 드러내는 장난스런 표정을 전면에 내세운 <예스맨>은 유쾌한 에너지로 넘쳐난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아내와도 이혼하고 삶의 낙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은행원 칼(짐 캐리)은 매사에 ‘아니오’(NO)로 일관한다. 그러나 옛 친구의 권유로 ‘인생 역전 자립 프로그램-YES MAN’에 참여한 이래 칼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뀐다. 그는 모든 일에 ‘예스’(YES)라고 답하면서 지금까지 생각도 못해본 일들에 전부 도전한다. 경비행기를 조종하고, 한국말을 배우고, 대출 신청 서류는 무조건 승인하고, 홈쇼핑에서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고, 온라인 데이트로 이란 여성을 만나고… 그리고 이상야릇한 밴드의 보컬이자 ‘조깅하면서 사진 찍는 사람들의 모임’ 리더 앨리슨(주이 디샤넬)과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버락 오바마 시대의 성인동화라고 해야 할까. YES, WE CAN! 오바마에게 열광하는 미국 젊은이들의 패기 넘치는 자신감을 관람할 때마다, 구글 등의 미국 대기업들의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분위기를 홍보하는 기사를 볼 때마다 얇은 월급 봉투에 목매달고 사는 한국인 입장에서 늘 침을 삼키며 부러워했더랬다. <예스맨> 역시 긍정적인 사생활과 공적 생활이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산업혁명 이래 서구인들의 가장 중요한 모토였던 직선적이며 발전적인 세계관에 관한 또 하나의 신화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를테면 칼이 ‘YES’를 남발하면서 생기는 문제점들은 매우 가볍게 처리되고(이란 여성과의 데이트 장면은 자칫 심각한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데도), 또는 칼의 생존문제를 위협하지도 않는다(심지어 그는 높은 위치로 고속승진한다). 칼에게 가장 큰 문젯거리라고는 여자친구 앨리슨의 신뢰를 얻는냐 얻지 못하느냐의 여부뿐이다. 소극적인 복지부동의 자세로 살아가는 이 시대 직장인들을 위한 대리환상으로 100% 만족하기엔, 모든 것이 너무 아귀에 잘 맞아떨어지고 너무 착한 해피엔딩이다. 결과적으로 <예스맨>은 짐 캐리가 아니었다면 상당히 심심했을 영화, 혹은 오로지 짐 캐리이기 때문에 재밌는 영화가 되었다.
tip/ <예스맨>에는 다양한 음악인들이 등장한다. 영화에서 주이 디샤넬이 리더로 활동하는 괴상한 고딕 록 밴드 ‘문차우젠 바이 프록시’로는 실제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는 밴드 ‘본 이바’가 찬조 출연했다. 얼마 전 가수로까지 영역을 넓힌 바 있는 주이 디샤넬이 직접 노래 가사를 써서 화제를 모았으며, 특히 영화 속 배경음악은 LA 출신 모던 록 밴드 ‘Eels’가 LA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영화 내용에 공감하는 취지에서 담당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