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아이를 가진 이웃 장 여사가 새로운 소식을 알려왔다. 12월부터 정부의 출산전 진료비 지원사업에 따라 20만원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에 가서 ‘고운맘 카드’를 발급받으면 된다고 했다. 헉. 20만원 주면 나도 당분간 ‘고운맘’ 할 수 있는데. 근데 우리의 장 여사, 은행 갔다가 기분만 잡쳐서 왔다. 그냥 깔끔하게 주는 게 아니란다. 국민은행 계좌를 트고, 연회비 있는 신용카드를 만들거나(직원들의 말발에 넘어가 어, 어 하며 발급받는 분위기) 신용카드가 싫으면 체크카드(그것도 교통카드 기능 있는 걸로)를 만들어야 하며, 하루에 4만원만 쓸 수 있는데다(한번에 20만원 털어쓰고 카드 없앨까봐?), 지정병원은 전체 산부인과병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거다. 한마디로 국민은행 신용카드 만들어서 그 카드로 진료비 긁으라는 얘기다. 대체 임신부를 돕겠다는 거야, 은행을 돕겠다는 거야. 미국산 수입쇠고기 파동 이후 맘잡고 고운맘 되보려던 우리의 장 여사, 성질만 더 나빠졌다.
그럼 그렇지. 난 이 정부가 국민을 직원으로 여긴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아예 수익창출의 기계·설비나 재료로 여기는 것 같다. 할 수만 있다면 맘에 안 드는 국민도 막 자를 듯싶다. 최저임금을 낮추려는 걸 보니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3770원. 꼬박 일해도 한달 80만원 남짓이다. 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수준이 비해 가파르게 올라갔다”면서 “고령자와 저숙련자의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들에 한해 최저임금제 완화를 추진한다”고 했다. 처음에 이 뉴스를 거꾸로 읽었다. 우리 경제수준에 비해 최저임금이 너무 낮으니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 한해 올려준다는 얘기인 줄 알았다. 노동부 법안에는 60살 이상자의 최저임금을 10% 깎고 숙박비랑 식대는 따로 주지 않으며 수습기간을 석달에서 여섯달로 늘리겠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밥값도 안 쳐주고 싼값에 부리겠다는 심보다. 그래서 고용이 활성화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60살 이상이든 이하든 저임금으로 내몰려 고용의 질만 악화된다는 걸 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자신을 나라의 오너로 여겨서일까. 노동부는 자기 정체성을 노무관리팀으로 잡는 것 같다. 일제고사날 학부모에게 안내문 돌리고 체험학습 신청 받아준 초·중등 교사 7명을 파면·해임한 서울시교육청은 그럼… 구사대? 왜, 학부모도 자르지 그래.
이런 신발. 정말 꽃 같다. 이러니 내가 고운말 쓰는 고운맘이 될 수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