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시대 최대 잡지이자 근대지성사의 보고였던 <개벽>에 대한 본격 연구서다. 글쓴이는 검열·출판과 유통·편집체계와 사상·문학 등 매체의 핵심영역을 훑으며 <개벽>의 문학잡지로서의 위상을 재조명한다. 이 책에 주목하는 데는 그 독특한 시각과 독법도 한몫한다. 매체가 단순한 시험관이 아니라 담론이나 문학을 창조하는 역동적인 실재였고, 따라서 <개벽>이라는 매체 자체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발상(매체론적 시각)은 매체 연구의 현주소에 비추어 생각하게 하는 바가 있다. 본격 연구서이지만 어렵지 않고 누구나 궁금해할 질문을 던져 답을 내놓는다.
실증은 글쓴이의 강력한 무기이자 이 책의 또 하나의 덕목. “자료가 스스로 말하게 하라”라고 말하는 글쓴이는 <개벽>의 모든 부문을 바닥부터 헤집어 명증한 시계열적 통계와 분석을 내놓는다. 실증의 직접적 부산물인 <개벽> 관련 화보와 10개의 부록(<개벽> 총목차·<개벽> 필명 색인·<개벽> 소장처 및 판본 현황·<개벽> 압수·삭제기사 목록·<개벽> 유통 관련 인물 편람·<개벽> 영인본에서 볼 수 없는 21개의 기사(작품) 원문 등)은 이 책이 ‘몸’으로 쓰여졌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