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홍보 캠페인 지수 ★★★★★ 반전 남발 지수 ★★★★★ 어이 상실 지수 ★★★★★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11명의 사람들이 폐교에 모인다. 이들은 자살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원하는 방식대로 죽음을 맞이하려 한다. 그런데 첫 번째 자살신청자가 목을 매는 순간 밧줄이 풀리고, 그 순간 열 번째 신청자가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후 순서에 관계없이 자살신청자들이 차례로 목숨을 잃고, 두명의 자살도우미마저 처참하게 죽자 남은 이들은 서로를 살인자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4요일>은 보고 있을 때도, 보고 난 뒤에도 수많은 의문점이 남는 영화다. 해석할 여지가 많아서가 아니다. 이런 영화를, 이런 줄거리를 만든 제작진의 의도와 생각이 궁금하다는 얘기다. 첫 번째 질문. 범인은 왜 열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여야 했나. ‘자살에 대한 아픈 상처’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아무 연관이 없는 사람들을 잔혹하게 살해할 만큼의 이유는 마지막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이와 같은 줄거리의 허술함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등장인물을 통해 “살인범이 혼자라면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해놓고 아무런 부연설명 없이 “범인은 하나”라는 결말을 내놓는 식이다. 줄거리는 친절하지 않더라도 살해장면이나 서스펜스로 스릴러적 재미를 볼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할 여지도 없다. 희생자들은 모두 어디선가 봤던 방식으로 죽임을 당하며, 거기엔 주목할 만한 긴장감도 놀람도 없다. 하다못해 자살신청자들의 다양한 직업을 이용할 생각은 안 해봤을까. 등장인물 중엔 전직 야구선수도, 정신분열증으로 아무에게나 흉기를 휘두르는 여자도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전지전능한 살인마한테 힘없이 죽는다. 그렇다면 그들의 사연을 처음부터 구구절절 설명해줄 필요는 있었을까. 영화적 장치에 대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 영화다.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보여왔던 정운택의 첫 스릴러 데뷔도 실망스럽다. 낮게 읊조리는 목소리와 심각한 표정은 여전히 그에게 맞지 않는 옷인 듯하다. 등장인물의 생사가 걸린 심각한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유머를 시도하는 장면에서는 실소를 자아낼 뿐이다. 오히려 말기암 환자 역을 맡아 마지막까지 사투를 벌이는 임예원의 연기가 더 주목할 만하지만, 이마저도 헐거운 연출 안에서 빛을 보지 못한다. 2008년에 이런 공포영화가 나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tip/자살을 주제로 다룬 <4요일>은 한국자살예방협회와 함께 생명사랑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정운택, 임예원 등의 주연배우들은 ‘살자.웃자.Love myself’란 슬로건을 걸고 서울·부산·대구 등지에서 자살예방 서명운동에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