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길/ 영화감독
사랑하는 사람의 헤어지고 싶다라는 일방적인 이별통보! 그때 받은 충격은 월드컵을 앞두고 있던, 고종수의 십자인대 파열보다 컸다. 시련의 아픔을 월드컵 최종예선을 보면서 달래고 싶었다. 하지만 일본 축구선수 나카타의 마술 같은 플레이를 보면서도 나의 아픈 가슴은 달래지지 않았다. 그냥 고종수만 생각날 뿐이었다. 그녀를 잊기 위해서 봤던 수많은 영화들…. 그 당시 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살다시피했던 것 같다. 그렇게 며칠간 그곳으로 출퇴근했고, 그러면서 차츰 그녀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마음도 편해졌다. 서울아트시네마는 그녀에 관한 기억을 지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