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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그냥 즐겨, 치네파네토네니까

전형적인 성탄절 시즌 오락영화 <아빠의 애인>

<아빠의 애인>

이탈리아 성탄절 시즌이면 어김없이 이탈리아식 성탄절 케이크 파네토네가 식탁에 오른다. 치네파네토네(영화를 의미하는 ‘치네’와 ‘파네토네’를 결합한 단어)도 마찬가지다. 성탄절에 개봉하는 이탈리아 오락영화를 일컫는 치네파네토네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11월 중반 개봉된 <아빠의 애인>(La fidanzata di papa)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이 작품은 <트와일라잇> <볼트> 같은 할리우드영화들에 이어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매년 치네파네토네 영화가 연중 최고의 수익을 거두는 이탈리아의 전통을 생각해본다면 성탄절 기간에 좀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 게 분명하다.

<아빠의 애인>은 못생겼지만 치네파네토네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배우 마시모 볼디가 아빠로 등장하는 엔리코 올도이니 감독의 섹스코미디다. 마시모는 이탈리아 코르티나에서 여관을 운영한다. 아내를 잃은 지 얼마 안되는 마시모는 여자를 찾기 위해 안달이 나 있다. 아들 마테오는 애인 바르바라와 미국 마이애미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어느 날 아빠에게 애인의 임신 소식을 전한다. 마시모는 할아버지가 되는 기쁨을 안고 마이애미로 건너간 뒤 아들의 장모와 티격태격하는 등 소동을 벌인다. 마침내 성탄절 전야에 아이가 태어나는데 알고 보니 흑인이다. 애인의 배신에 실망한 마테오는 결국 옛 애인과 도주한다.

여기서 일정한 이야기 구조와 품격을 말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엔리코 올도이니 감독이 15년의 휴식 끝에 만든 <아빠의 애인>은 한마디로 전형적인 치네파네토네 소동극이다. 이탈리아 평단조차도 영화적인 완성도의 잣대로 이 영화를 평가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말한다. 어쨌거나 극장에 모인 관객은 아이들처럼 해맑게 웃는다. 이 영화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관객도 굳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지는 않는다. 마치 모든 이탈리아 사람들이 성탄절 동안 좋든 싫든 파네토네를 먹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