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선 타임스>의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블로그에 열변을 토했다. “영화평론의 시대가 가고, 연예 가십의 시대가 왔다!”라는 제목이 달린 장문의 토로다. 인터넷 시대와 영화평론의 미래는 2008년 <필름메이커> <사이트 앤드 사운드> 등의 영화지가 다뤘던 묵직한 주제이기도 하다.
에버트가 이 주제를 글로 옮기게 된 데는 <AP통신>이 감행한 ‘500자 제한’이 촉매가 됐다. ‘500자 제한’이란 영화평, 인터뷰를 포함한 기사가 500자를 넘기면 안된다는 <AP통신>의 새 방침이다. 또 <AP통신>은 ‘독자가 원하는 10가지 아이템’을 정리했다. 불륜, 이혼, 중독, 질병, 성공, 실패, 사망, 비난할 거리, 폭행, 스캔들. 이 10가지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중요한 요소로 “누가 누구와 함께 있었나”라는 소문거리도 추가됐다. 에버트는 이같은 셀러브리티(연예계 유명인사) 찬양을 “셀렙컬트”(CelebCult)라고 부르며, 현존하는 문화를 집어삼키고 있는데도 미디어가 자진해 이에 동참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영화평론의 종말까지 선언하지 않더라도, 최근 미디어들이 예산과 인원을 감축해온 것은 사실이다. 경제불황을 변명 삼을 수 있겠지만, 결국 독자없이 존재하는 미디어는 없다. 따라서 그런 견지에서 독자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쓰라는 요구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에버트는 <빌리지 보이스>에서 영화필자를 반 이상 감원한 것과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가 영화평론가를 모두 해고한 것 등을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로젠봄, 카우프먼 같은 존경받는 평론가들이 고견을 보여줄 만한 지면을 잃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영화평론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식평론가가 되기 위해서 패스트푸드를 찬양해야 하는가?”라는 되물음으로 그는 대답을 대신한다. 대중의 편에 서기보다는 비평적 사고와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는 것, 그것이 그가 말하는 평론가의 역할이다. 에버트는 갈수록 설 곳을 잃어가는 영화평론가들의 현실을 “탄광의 카나리아”에 비유했다. 그는 이 현상이 연쇄반응을 부를 것이라고 말한다. “셀러브리티 찬양은 우리를 퇴화시킨다. 영화평론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성, 호기심, 독자의 죽음이다. 즉, 이 시대의 교육제도가 실패했음을 말한다. 수준의 저하가 아닌 멸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