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후의 날>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1951년 감독 로버트 와이즈 상영시간 92분 화면포맷 1.33:1 스탠더드 음성포맷 DD 2.0 영어 자막 영어 출시사 이십세기 폭스(미국) 화질 ★★★★ 음질 ★★★★ 부록 ★★★★☆
<지구 속 여행> Journey to the Center of the Earth 1959년 감독 헨리 레빈 상영시간 129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4.0 영어 자막 영어 출시사 이십세기 폭스(미국) 화질 ★★★☆ 음질 ★★★★ 부록 ★★
소설이 영화의 훌륭한 소재임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어떤 소설은 너무나 뛰어나서 한번의 영화화로는 모자란데, 쥘 베른의 소설이 좋은 예다. 그가 쓴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영화로 만들어지곤 한다. 해리 베이츠의 <지배자여 안녕>과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을 바탕으로 한 <지구가 멈추는 날>과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가 곧 개봉될 예정이다. 두 유명 소설을 각색한 선배 영화가 없었다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지배자여 안녕>의 첫 번째 영화작업인 <지구 최후의 날>은 지금까지도 독보적인 SF영화로 평가받는다. 명장 로버트 와이즈의 영화답게 진지한 주제, 세련된 스타일, A급 시각효과를 갖췄으며 충격과 공포를 홍보수단으로 앞세운 당시의 수많은 싸구려 SF영화와는 격을 달리한다. 워싱턴에 도착한 비행접시에서 로봇을 동반한 외계인이 나온다. 외계인 ‘클라투’는 세계의 정치인에게 시급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만, 동서로 나뉜 정치인들을 한데 모으는 건 불가능하다. 자신의 뜻을 전달할 대상을 찾아 거리로 나선 클라투는 한 모자와 친밀한 관계를 쌓고, 지구상의 과학자들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기로 한다. 영화에는 폭력과 전쟁에 열중하는 정치인과 이념분쟁으로 갈린 세계에 대한 환멸이 가득하다(미국이 한국전에 참여한 터라 영화의 반전 성향은 비애국적으로 보일 위험마저 있었다). 기독교의 메시아 구도와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빌린 영화가 순진하고 계몽적이라고 생각한다면 1950년대의 냉전 상황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핵전쟁과 죽음이 시민들의 일상적인 공포였을 때, 따뜻하고 친절하며 똑똑한 보통 사람에게서 인류의 미래를 발견한 영화의 호소력이 얼마나 대단했을지 미뤄 짐작 가능할 것이다.
<지구 최후의 날>이 외계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시대의 알레고리로 삼은 작품군을 대표한다면, <지구 속 여행>은 최고의 미스터리란 발 아래 놓여 있음을 설파한 작품들의 선두에 위치한다. 영화는 관객 취향과 장르 효과를 고려해 원작의 이야기와 인물을 적당히 바꿔 진행된다. 자연사의 권위자인 린덴브룩 교수는 특이한 용암을 분석하다 고문자가 적힌 물체를 발견한다. 그것이 아이슬란드 과학자가 300년 전에 남긴 편지임을 알게 된 교수와 제자는 지구의 중심으로 가는 통로를 찾아 떠난다. 아이슬란드의 휴화산을 향한 길에 건장한 아이슬란드인과 남편을 갓 잃은 미망인이 동참하고, 악당이 여지없이 그들을 뒤쫓는다.
암흑과 절벽과 미로가 가로막은 모험 길은 위험천만하지만, 코미디와 로맨스가 가미된 모험영화여서 기본적으로 흥겹다. 보수적인 스코틀랜드 신사와 신비한 매력의 북유럽 미인과 달콤한 목소리의 착한 청년(<화이트 크리스마스>로 유명한 가수 팻 분이 연기했다)과 키 크고 힘센 아이슬란드인과 성질 못된 귀족이 섞인 탐험대는 영화의 낭만적인 성격을 대변한다. 보기에 신나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갖가지 모험은 이 영화가 <인디아나 존스>와 <캐리비안의 해적> 등의 액션모험영화에 끼친 영향을 말해준다. 티격태격 싸우는 남녀 주인공과 화사한 식물로 장식된 연못, 거대한 지하 바다와 식인 파충류, 땅속의 도시 아틀란티스를 뒤따르다보면 비과학적인 허술한 설정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구 최후의 날>과 <지구 속 여행>의 DVD가 탁월하게 복원된 영상과 소리를 수록한 가운데 전자는 음성해설, 다큐멘터리, 포토갤러리 등을 후자는 모험영화 예고편 모음과 복원 전후 영상 비교 등을 부록으로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