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과의 유사성 지수 ★★★★ 김옥빈 춤사위 지수 ★★★★ ‘감독이자 배우’ 여균동 능청 지수 ★★
한복은 한복이되 아방가르드 그런지 룩의 세련된 변형이다. 기생의 춤사위는 세련된 현대무용 퍼포먼스를 보는 것만 같다. 치사하게 싸우지는 말자고 다짐하는 조선의 주먹들은 과장된 웃음으로 치장된 현대 조폭에 다름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여균동 감독의 신작 <1724 기방난동사건> 안에서 폭발한다. 그러니까 때는 경종 집권 말기 무렵이다. 한양의 소문난 기방 명월향에 절세가인 평양 기생 설지(김옥빈)가 새롭게 등장하고, 마포의 싸움꾼 천둥(이정재)은 자나깨나 그녀에게 접근할 기회만 노린다. 하지만 명월향의 주인 만득(김석훈)은 전설적인 186 대 1 결투의 승자인 최고의 싸움꾼이라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천둥은 주먹 한번 잘못 쓴 탓에 조선 주먹계의 거대 세력 양주파의 임시 두목직까지 엉겁결에 맡게 된다.
최근 몇년 동안 ‘웰메이드’를 표방한 한국의 사극영화는 궁궐이거나 그에 버금가는 귀족 집안 양반들의 화려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복잡한 심리드라마가 주종목이었다. <1724 기방난동사건>은 그런 양반들의 권력 다툼이나 호화찬란한 여인들의 내실에서 과감하게 벗어났다. 혹은 홍길동이나 일지매처럼 탄탄한 원작에 기반한 캐릭터를 내세우지도 않았다. 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포 일대를 선택하고, 자기 만족형 서민 히어로 천둥을 창작했을 때에는 뭔가 그야말로 ‘익스트림함’을 제대로 표현해보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삶을 즐길 줄 아는 천둥의 여유는 치기 어린 청춘의 칭얼거림 정도로 폄하된다. 계급사회의 한심함에 분노하고 평등한 사회를 희구하는 천둥의 열망은 아주 약간 싹을 틔우다가 급박한 액션 전개 속에서 실종되고 만다. 그 싹이 좀더 성장했더라면 천둥은 조선시대에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웅으로 우뚝 서지 않았을까. 그러나 영화는 캐릭터 모두가 꽥꽥 욕설과 상소리를 퍼붓고 주먹다짐을 벌이는 쪽으로 급선회한다. 남는 것은 CG로 현란하게 확대되고 채색된 조선의 거리 풍경? 그것만으로 극단을 느끼기엔 우리는 이미 꽤 많은 조선시대 퓨전 사극을 보아왔다.
tip/ <1724 기방난동사건>은 독특하게도 경종 말기, 젊은 ‘세제’ 영조가 자유롭게 노닐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그동안 익숙하게 구축된 영조의 이미지는 정조의 할아버지이자 사도세자의 아버지, 정실 소생이 아니라는 콤플렉스에 짓눌려 선정과 실정을 되풀이했던 괴팍한 노인의 그것이었다. 하지만 <1724 기방난동사건>의 젊은 세제로 등장하는 영조는 궁궐 밖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서민들과 편안하게 어울렸다고 전해지는 청년의 그 모습이다. 싸움에도 능하고, 바깥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가득한 청년 영조의 모습은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