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64번째는 최영도씨가 기증한 고 최영달의 수집품 중 <코리아> 전단지입니다.
1954년 <코리아>는 ‘오천년 역사 속에 코리아의 미와 사랑’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 제작된 문화영화다. 영화예술협회 제작, 신상옥 감독의 다큐멘터리와 극영화가 혼합된 세미다큐멘터리로 11명의 스탭이 20개월 동안 제작한 영화라고 한다. 필름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최영도씨가 기증한 <코리아>의 전단지는 작품에 관한 귀중한 정보를 전해준다. <코리아>는 수려한 한국의 자연을 묘사한 ‘푸로로-그’, 불교문화를 소개한 ‘가’, 충무공에 대해 이야기한 ‘나’, 춘향의 굳은 절개와 이몽룡의 변함없는 마음으로 한국인의 ‘사랑’을 비유한 ‘다’, 평화로웠던 한국에 벌어진 전쟁의 비극과 자유를 위한 국제적 결속에 대한 ‘라’, 그리고 ‘사랑’과 ‘자유’를 마음속에 담고 묵묵히 튼튼한 두발로 농토를 밟고 서 있는 농부의 모습이 담긴 ‘에피로-그’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해설’란에서는 제작의도가 ‘전세계 인류에게 절실한 역사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한국을 정확하게 알려야할 임무를 느꼈기 때문’이며, ‘결코 관광영화가 아닌 리얼리즘에 입각한 예술적 작품’이라고 밝히고 있다. 1954년은 이처럼 가혹한 전란의 상처 속에서 ‘국제정세 속의 한국’을 뚜렷이 인지했던 시기이다. 이후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는 물론이고 외국영화도 여러 편 만들어졌다.
전쟁기 동안 국방부, 미공보원, 공보처에서 <국방뉴스> <대한뉴스> 등의 뉴스릴을 만들며 열악한 제작환경과 싸우고 일인다역을 해내면서 영화기술을 진일보시켰던 영화인들은 제작열기로 충만해 있었다. 1955년부터 한국영화계는 유례없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정부의 입장세 면세 조치로 제작 의욕이 높아졌고 전후 국가 재건을 위한 영화인들의 사회적 소명의식이 겹쳐져 피폐해진 대중의 오락거리에 대한 욕구에 부응했다. ‘중흥기’ 50년대 중·후반을 거친 신상옥-최은희 커플은 1961년 <성춘향>을 계기로 60년대 첫 번째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된다. <코리아>에는 최은희, 김동원 등이 출연하고 있는데, 이 영화를 시작으로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큰 파워를 가졌던 커플이자 영화적 동지, 신상옥-최은희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의 궤적이 시작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