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자유와 청소년 보호라는 문제는 항상 충돌을 빚어왔다. 과거 극장이 청소년 유해시설로 규정됐던 것이나 청소년 보호라는 논리 때문에 표현의 수위가 높은 영상물을 등급 제도 바깥에 버려둔 일은 그 대표적인 예다. 최근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마련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또한 이 해묵은 대립의 칼날을 바짝 세우게 될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좀더 포괄적인 규제다. “아동청소년보호위원회(이하 청보위)는 각 심의기관간에 동일한 내용의 매체물에 대하여 심의한 내용이 상당히 차이가 있을 경우 그 심의내용의 조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그 요구를 받은 각 심의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제12조)는 규정은 대표적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서 등급을 결정하더라도 청보위가 재심을 강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이미 다른 각 심의기관의 심의를 받은 매체물과 동일한 내용이 다른 매체물로 제공되는 경우에는 당해 매체물을 관장하는 각 심의기관의 심의없이 이미 심의를 받은 다른 심의기관의 심의결과를 원용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이용제한매체물로 결정된 매체물의 내용 중 아동청소년에게 위험·유해한 내용을 재구성한 매체물은 아동청소년이용제한매체물로 본다”(제12조)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18세 이상 관람가로 규정된 영화라면 그 예고편이나 포스터의 내용이 ‘건전’해도 자동으로 제한매체물로 규정되며,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의 액션장면을 편집해서 보여줘도 제한매체물이라는 것이다. 결국 개정안은 청보위가 휘두르는 ‘청소년 보호’라는 이름의 칼이 전지전능해짐을 의미한다.
여성영화인모임, 영화인회의 등 영화 단체와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등으로 구성된 한국대중문화산업총연합이 잇따라 성명을 통해 복지부의 개정안 철회를 요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화단체들은 성명서에서 “청소년보호법을 모든 법률의 상위에 놓음으로써 헌법 정신을 위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중문화산업총연합도 성명을 통해 개정안이 “반인권법, 반산업법, 반문화법, 이중규제법, 부처이기주의법, 일방통행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복지부의 개정안 설명회에 일체 참여하지 않기로 했으며 추후 문화계의 입장을 공식화하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가장 큰 궁금증은 복지부의 개정안으로 아동과 청소년을 ‘유해물’로부터 격리하는 게 과연 가능하기나 하냐는 것이다. 차라리 청소년에게 안대와 귀마개 착용을 의무화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렇게 못한다면 문화를 규제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쪽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