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역사 속 인물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거대한 역사적 사건 속을 헤쳐나간 인물들의 이야기는 동시대의 삶에서 보여줄 수 없는 스펙터클과 드라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화 <미인도>와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큰 호응을 얻는 데는 사실(史實)과는 다를지라도 신윤복이라는 수수께끼 속 인물이 품고 있는 매력적 이야기가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최근의 <청연> <황진이> <역도산> <그때 그사람들>과 머지않아 개봉할 <쌍화점>까지 한국영화가 역사 속에서 잠들어 있던 사람들을 스크린으로 불러들이는 이유 또한 그들의 극적인 삶에 대한 관심 때문일 것.
<씨네21>이 역사학자와 역사소설가 10명으로부터 ‘영화화할 만한 한국역사 속 인물’ 10인을 추천받은 것도 새로운 역사인물을 발굴함으로써 한국영화의 소재를 더욱 넓히고 지나간 시간을 통해 오늘을 비춰보기 위함이다. 최치원, 정난정, 허균, 표철주, 운심, 김정희, 윤치호, 최영숙, 박헌영, 송기복·송영섭 부부 등 10명의 인물(군)들은 신라시대부터 전두환 정권까지 다양한 시기를 살아갔지만, 그 삶이 우리에게 극적인 재미와 진한 감동, 그리고 일말의 교훈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이들의 생애를 영화화하려는 사람들에게 힌트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영화의 기획 방향과 감독, 배우를 가상으로 정해봤다. 아울러 이들 인물을 추천한 분들의 ‘추천사’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