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봉준호, 박찬욱, 홍상수, 김기덕, 임상수, 김지운. 동시대 한국영화를 말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일곱명의 감독이 비평가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이 읽히고 분석된 적이 어디 한두번이겠느냐마는 그 주체가 외국 비평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의 영화감독 7인을 말하다>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비평가 8명이 합심하여 분석한 한국영화의 일곱 초상이다.
한국영화의 현재에 대한 안팎의 시선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만든 이 책은 감독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보다 평론가 개개인이 제시하는 다양한 분석론에 무게를 둔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기에 달리 보이는 지점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박찬욱 감독을 예로 들면, 그의 성장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국 평론가(김영진)는 “거대 서사나 이념에 대한 짙은 부정”을 그의 특징으로 꼽으며 한국영화사 안에서 그가 점유하는 위치를 말하는 반면, 이탈리아 평론가(마르코 그로솔리)는 “심오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너무 엄격하지 않고, 익살스러운 기묘함으로 신선하게 빛이 난다”며 세계 무대에서 그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얘기한다. 이탈리아 독자를 염두에 뒀기 때문인지 이 책의 부록은 2000년대 활동 중인 한국 영화감독 100인의 프로필을 소개한다. 깔끔하게 정리한 ‘21세기 한국 대표 영화감독’ 안내 책자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