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치하 이탈리아. 매춘부 누나에게 찾아오는 독일군에게 담배를 얻어 피우며 어른인 척 살아가는 빈민가 소년 핀에게는 또래 친구가 없다. 어른의 세계에도 섞일 수 없다. 핀은 독일군의 권총을 훔쳐 비밀장소인 거미들이 집을 짓는 곳에 감추고, 결국 정치범으로 몰려 투옥된다. 감옥에서 탈출한 뒤 아지트로 향한 핀은 유격대에 합류하고, 친구를 얻는 듯하지만 그마저도 순탄치는 않고 숨겨둔 권총이 없어지는 사건마저 벌어진다. 이탈로 칼비노는 레지스탕스를 평가절하하는 사람들, 그와 동시에 그 주인공을 영웅시하고 아첨하는 레지스탕스 신봉자들에게 도전하고 싶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은 독일 점령하 이탈리아에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이탈로 칼비노가 1947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이다. <자전거 도둑>의 네오리얼리즘과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의 판타지가 뒤섞인 듯한 사실적이고도 환상적인 한 소년의 성장담인 동시에 칼비노 자신의 말을 빌리면 “가장 풍부하고 완벽한 의미에서 참여문학의 전형”을 보여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