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천락은 현재 홍콩영화계의 가장 뜨거운 남자다. 지난 10년간 유덕화와 양조위, 그리고 정이건 사이에서 ‘메이저’로 성장하기 버겁게 느껴진 적도 있었지만 올해 단독 주연을 맡은 <커넥트>와 ‘조폭 아빠의 딸 키우기’ 이야기인 <런 파파 런>은 박스오피스를 강타하며 단숨에 그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평소 일부러 태우는 것이라고) 냉철하고 강렬한 눈빛, 그는 어디서나 눈에 띈다.
TVB방송국 출신의 고천락은 무협드라마 <신조협려95>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했다. 1970년생치고는 다른 TVB 동료들에 비해 영화계 데뷔는 늦었지만 유명 선배들의 조력자 역할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폭열형경>(1999)에서 오진우, <용재변연>(1999)에서 유덕화와 함께했던 그는 최근까지도 <BB프로젝트>(2006)의 성룡, <도화선>(2007)의 견자단과 함께하면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하지만 두기봉 감독과 만나면서 <유도용호방>(2004)은 물론 <흑사회>(2005-2006) 시리즈의 냉정한 보스 ‘지미’ 역할로 완전히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고천락은 어떤 역할도 무난하게 소화하는 카멜레온 같은 남자다. 주어진 상황 앞에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는 <커넥트>의 소심한 ‘밥’과 딸을 위해 조금씩 자신을 바꿔가는 <런 파파 런>의 아빠는 서로 다르지만 특유의 인간적 매력을 뿜어낸다. 평소의 무표정한 모습은 영락없이 카리스마 넘치는 ‘조각미남’이지만 <첨언밀어>(1999)에서 사랑에 빠진 벙어리 연기는 한없이 모성애를 자극하고, <문도>(2007)에서 보여준 ‘찌질한’ 마약중독자 모습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비슷한 시기 <역고력고신년재>(2002), <연정고급>(2004) 등에서 보여준 코믹한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 당신이 무조건 기억해둬야 할 사람이 바로 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