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 스릴러 지수 ★★☆ 박보영 속사포 지수 ★★★☆ 일본 코믹스 연상 지수 ★★★☆
늘 혼자 지내는 수민(진구)은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그는 미술관에서 우연히 ‘도와달라’고 마음속으로 말하는 소녀 현진(박보영)을 알게 된다. 하지만 도와달라는 절박한 마음과는 별개로 현진은 아이큐 180의 귀여운 천재소녀로, 그날부터 아무리 떼어내려고 해도 떨어지지 않고 수민에게 찰싹 달라붙어 지낸다. 그러다 놀이공원에서 유괴사건의 범인을 발견하고 두 사람은 그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수사 도중 유괴범이 식물인간이 돼버렸지만 그의 마음을 읽음으로써 유괴된 아이가 어딨는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렇게 세상에 마음을 닫고 지냈던 수민은 현진과 함께 지내면서 그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
수민은 쉽게 말해 사이코메트러다. 원치 않게 남의 마음을 읽고, 과거를 알아차리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소재로 한 영화나 만화는 무수하게 많다. 한국영화 <조용한 세상>(2006)이나 일본 만화 <사이코메트러 에지>처럼 수사에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을 것이다. 그런데 <초감각 커플>은 유괴범을 잡는 데 그 능력을 쓰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초능력을 지닌 두 남녀가 쉴새없이 티격태격대는 스크루볼코미디의 변형이다. 남의 마음을 읽는 것과 반대로 생각하는 모든 것을 주변에 들켜버리는 <사토라레>(2001)처럼 그 능력은 오히려 코믹한 요소로 사용된다.
진구와 박보영 외 인지 가능한 배우들이 거의 없고 로케이션 등에서 저예산영화의 티가 나긴 하지만, 영화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거의 모든 시간 함께 붙어다니는 두 남녀의 모습에서는 ‘포켓몬스터처럼 진화하라’는 둥 ‘대사발’ 가득한 일본 만화적 감성이 눈에 띈다. 수민의 두개골에 구멍이 생겨 초능력을 얻었다는 설정은 또 다른 일본 만화 <호문쿨루스>가 생각나기도 하고, 실제 애니메이션이 삽입된 장면은 다수의 단편영화와 애니메이션 작업을 겸했던 감독의 솜씨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유괴범을 둘러싼 사건 해결은 둘째치고 <초감각 커플>은 엉뚱하고 유쾌한 두 남녀의 로맨틱코미디라고나 할까. 대사를 주고받는 속도를 더 높이고, 편집 리듬을 좀더 다듬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남기긴 하지만 꽤 흥미로운 감각을 지닌 영화다.
tip/난데없이 등장한 것 같은 영화 <초감각 커플>은 올해 3분기 문화관광부 주최 ‘디지털콘텐츠대상(DC) 영상콘텐츠 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김형주 감독은 <바람의 파이터>(2003) 연출부를 지냈고, TV애니메이션 <장금이의 꿈>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