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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니 고키] “3분에 10번씩 웃기고 싶어”
이화정 사진 조석환 2008-11-26

<매직 아워>의 미타니 고키 감독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이후 8년 만이다. ‘웃음의 연금술사’ 미타니 고키가 새로운 웃음으로 국내팬을 찾았다. 신작 <매직 아워>는 보스의 여자와 사귀다 발각된 빙고(쓰마부키 사토시)가 위험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 상황을 연출하는 설정의 작품이다. 보스에게 데려오기로 약속한 전설의 킬러를 대신하여 그는 ‘가짜 감독’이 되어 킬러를 연기할 ‘가짜 배우’를 물색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 상황 속에 긴장은 큰 웃음이 되어 돌아온다.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이 벌이는 해프닝. 전작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국내 미개봉작인 <모두의 집> <우쵸우텐 호텔>에서 이어져온 미타니식 표식은 <매직 아워>에서도 여전하다. 연극 연출, 극본, TV 등 잡식성의 영역을 오가지만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은 다름 아닌 ‘웃음’이다. 웃음에 바탕을 둔 그의 작품 철학을 서면으로 들어본다.

-<매직 아워>를 끌어가는 동력은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라기보다는 가짜가 진짜가 되는 이야기다. 거짓말로 가짜가 만들어지고, 가짜가 거짓을 연기한 끝에 진짜가 된다. 무라타(사토 고이치)는 무명 엑스트라 배우지만 마지막엔 진짜 주인공이 되고, 가짜 감독 빙고는 엑스트라 배우에게서 최고의 연기를 끌어낸다. 영화에서 마리(후카쓰 에리)가 소품인 달에 올라타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이건 할리우드의 고전영화 <페이퍼 문>의 은유다. “믿으면 종이 달도 진짜가 된다!” 결국 가짜가 진짜로 바뀌는 순간, 그것은 바로 찰나의 실제이며 금방 풀려버리는 마법이기도 하다.

-당신의 작품은 모두 연극적 상황을 토대로 한다. 자칫 억지스러울 수 있는 상황에서 웃음을 이끌어낸다. =두 시간 동안 계속 웃을 수 있는 영화는 없지만, 연극이라면 가능하다. 연극에서 표현할 수 있다면 영화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코미디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실제 작업해보니 너무 어려웠다. (웃음) 연극은 관객이 바로 무대 앞에 있어 반응을 보면서 만들 수 있지만 영화는 1년 뒤의 관객을 예상하며 작업해야 한다. 내 목표는 영상을 통해 연극적인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웃음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이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모두 단역으로 출연하는 것이야말로 마법 같다. ‘미타니 사단’의 비결이 뭔가. =전적으로 나의 인맥이다. (웃음) 나에게 이상적인 배우란 작품을 할 때마다 ‘다음엔 이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다. 쓰마부키 사토시는 상큼한 미소가 사람을 속이기에 딱이라 여겼고, 연기파 배우 사토 고이치는 언젠가 코믹을 연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만이 코믹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상황이 한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이야기, ‘영화에 대한 영화’다. =영화 작업을 할 때마다 훌륭한 스탭과 함께하는 것이 좋았다. 영화는 연극과 달리 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한편의 영화를 위해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매번 감명을 받는다. 언젠가 이들의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생각해왔다.

-엔딩에 블랙코미디의 대가 이치가와 곤 감독을 추모한다고 했다. =이번 작품이 ‘영화에 대한 영화’인데다, 무라타가 연기하는 촬영현장에 그가 감독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 장면은 이치가와 곤 감독의 영화 <검은 10인의 여자>와 <101마리의 달마시안>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였다. 내가 감독님의 <이누가미의 일족>에 배우로 출연할 당시 감독님께 출연 의뢰를 했었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대본을 칭찬해주셨는데 그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흠, 꽤 잘 썼네. 근데 너무 길어.” 감독님은 <매직 아워> 촬영 뒤 92살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완성된 영화를 보여드리지 못해 너무 아쉽다.

-이번 작품에서 당신이 추구하는 ‘웃음’이 무엇인지 보여준다고 했다. =영화 초반, 주인공 무라타가 보스를 처음 만나는 신이 대표적이다. 서로의 인식 차이에서 생기는 웃음이다. 연극이었다면 학생 때부터 근 30년간 해왔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머리 속에서 바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영상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난 아직 초짜다. 그래서 이 장면의 성공이 <매직 아워>의 성공을 담보하는 관건이었다. 기대한 만큼 나왔고, 내가 자신을 갖게 된 것도 바로 그 장면의 완성을 봤기 때문이다.

-‘웃음’에 관해서는 최고의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매직 아워>는 내가 지금껏 썼던 작품 중 제일 재밌는 작품이다. 관객을 3분에 10번씩 웃기고 싶었다.

-코믹을 주조로 하지만 결국 당신의 영화에는 인간 군상에 대한 씁쓸한 비판이 담겨 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을 영화에 그려내려 한다. 그 기본에 바로 ‘웃음’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희극은 인간이 인간을 보고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인간을 표현하기 때문에 웃길 수 있지만, 한편으로 인간 존재는 슬프고 외롭기도 하니 그 측면도 담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연극 <웃음의 대학>의 원작자로 한국을 찾았다. 다음 작품도 연극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인가. =차기작은 아직 구상 중이다. 연극이 될지 영화가 될지 아니면 TV드라마가 될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다음 작품도 ‘코미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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