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왓치맨> 잭 스나이더 감독 인터뷰
김도훈 사진 이혜정 2008-11-27

“어둡다 해도 원작에 진솔해야”

<왓치맨>의 클립이 국내 공개된 11월10일 오후 1시, 잭 스나이더 감독을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인터뷰 직전에 커다란 클래식 필름카메라를 들고 호텔 밖으로 산책을 나가나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 장소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남산의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서 “다음 영화에 참고하기 위해 그 색채를 찍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단다. 당대의 젊은 비주얼리스트답다.

-공개된 장면들이 오리지널 그래픽 노블에 매우 헌신적이다. <300>처럼 원전의 숏들을 거의 똑같이 옮긴 것 같은 장면도 많던데, 미술적인 전략인가. =오리지널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다. 만약 원작이 일반 소설책이었다면 그것 역시 원문의 텍스트에 최대한 충실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왓치맨>에는 글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이미지가 있지 않나. 책을 읽는 경험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그 이미지에 최대한 가깝게 하고 싶었고 그게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하다.

-(빌리 크루덥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다. 한때 대니얼 크레이그가 로어셰크 역을 맡는다는 루머도 있었는데, 혹시 스타 캐스팅을 원했던 거 아닌가. =대니얼 크레이그는 물론이고 톰 크루즈, 키아누 리브스도 다 접촉해봤다. 대형 스타들은 투자한 만큼 충분한 가치를 발휘하니까. 문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거다. <왓치맨>은 단 한명의 스타만으로 완성이 불가능하다. 톰 크루즈를 섭외한다면 다른 캐릭터도 톰에 상응하는 톱스타로 캐스팅해야 한다. 그러나 <왓치맨>은 대형 서사시 같은 영화고, 캐릭터나 소재를 감안한다면 스타보다는 능력을 보고 캐스팅하는 게 옳아 보였다.

-처음 <왓치맨>을 읽었을 때는 영화화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더니 결국 제안을 수락했다. =딱히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기보다 이게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냥 그래픽 노블 자체로서 받아들였으니까. 그럼에도 제의를 수락한 이유는, 스튜디오가 건넸던 시나리오가 원작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좀더 상업적으로 만들고 싶어서였겠지. 만약 내가 그 상태로 거절한다면 다른 누군가가 왜곡된 시나리오 그대로 영화를 만들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하겠다고 수락한 거다. (웃음)

-수많은 슈퍼히어로가 나온다. 캐릭터 한명 한명의 특징을 어떻게 살리고자 했나. =캐릭터가 가장 중요한 영화다. 배우들에게도 원작을 정독하라고 요구했고, 모든 배우들이 꼼꼼히 원작을 연구한 뒤 연기했다. 나중에는 내가 반영하고자 했던 미묘한 뉘앙스를 배우들 스스로 만들어내더라. 특히 ‘나이트 아울’ 역할을 맡은 패트릭 윌슨은 원래 몸매가 훌륭한 배우다. 그러나 나이트 아울이라는 캐릭터는 배가 나온 과체중 중년 아닌가. 그래서 윌슨은 일부러 배가 나오게 살을 찌웠고, ‘실크 스펙터’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는 배가 더 접혀 보이려고 노력하더라. 스튜디오에서는 정말 싫어했지만. (웃음)

-원작자인 앨런 무어는 공개적으로 영화화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만나본 적 있는가. =앨런 무어는 영화에 전혀 관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다. 모든 권리는 DC 코믹스에 있었으니까 별 문제는 없었고, 나는 존경하는 예술가인 무어의 입장을 존중해서 일부러 그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원작에 충실했다고는 하지만 원작은 12챕터로 구성된 복잡한 이야기다. 테리 길리엄도 영화화가 도저히 힘들겠다고 포기한 바 있지 않나. 어떻게 각색한 것인가. =책을 보면서 영화의 전체적인 테마가 뭔지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테마에 맞는 분위기, 그리고 캐릭터들의 애티튜드와 세계관 등을 모두 예의주시했다. 사실 줄거리 자체는 추리고 추리다 보면 매우 간단할 수도 있다. 내가 반영하려고 했던 건 줄거리뿐만 아니라 기저에 흐르는 기본적인 테마를 놓치지 않는 거였다. 내러티브 자체가 일관적으로 유지된다면 나머지 요소들은 다 맞아떨어진다. 물론 할리우드에서는 캐릭터와 관련된 세세한 내용들을 먼저 간략화하길 원한다. 그걸 다 살리기는 힘든 일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것이 어렵다고 해도 영화에서 꼭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작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어두운 이야기다. 하지만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영화는 등급을 낮게 받아야 하고, 그러려면 원작의 분위기를 다 살리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미국에서는 이미 R등급(보호자 동반 없는 17세 이하 관객 관람 금지)이 나왔다. 나체장면도 있고 폭력장면도 많고, 또 수백만명이 학살당하는 장면도 있으니까. 처음 스튜디오를 만났더니 PG13(13세 미만 보호자 동반 관람가)으로 하자더라. 그럴 순 없다고 했다. 원전에 진솔할수록 더 많은 대중에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