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보다 나은 지수 ★★★ 고천락 매력 지수 ★★★★ 카스턴트 지수 ★★★☆
<폰부스>(2002), <셀룰러>(2004) 등 통신을 이용한 스릴러에 일가견을 보였던 래리 코언의 원작이 홍콩영화계와 만났다. 협소한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상대와 오직 전화기로만 소통하는 그의 작품들은, 어쩌면 세계 최대인구 밀집지역이나 다름없는 홍콩과 제법 어울려 보인다. <셀룰러>를 리메이크한 진목승의 <커넥트>는 당대 최고 홍콩스타 중 하나인 고천락을 캐스팅한 만큼 남자주인공의 비중을 대폭 늘렸고, 그를 소심한 유부남으로 만들어(심지어 뿔테 안경도 씌웠다) 급하게 하나뿐인 아들을 만나러 가는 와중에 겪는 일로 설정해 조급함을 더 높였다. 부정(父情)을 덧씌우며 관람등급은 낮추고 스릴러와 액션의 난이도는 더 높였다고나 할까.
홍콩영화의 오랜 가뭄이 계속되는 국내 극장가에서 2000년대 이후 진목승의 작품들은 <삼차구>(2005) 정도를 제외하고는 <BB프로젝트>(2006), <남아본색>(2007) 등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개봉했다. <커넥트> 역시 매끈하고 웰메이드한 상업영화로 늘 홍콩 박스오피스의 환영을 받아온 전형적인 진목승 영화다.
그레이스(서희원)는 딸을 학교에 바래다준 뒤 돌아오는 길에 클리어(유엽)가 이끄는 조직에 납치를 당한다. 어딘지 알 수 없는 낡은 집에 갇힌 그는 부서진 전화기 한대로 겨우 통화에 성공한다. 상대방이 누군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결국 밥(고천락)과 연결된 것. 밥은 장난전화로 오인해 전화를 끊으려 하지만, 우연히 전화기 넘어 들려온 범죄자들의 총격 소리를 듣고는 직감적으로 그레이스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학교에 가서 그레이스의 딸을 구하려 하지만 이미 납치범들이 먼저 다녀간 상태. 이후 밥은 그레이스에게 단서를 조금씩 들으며 납치범의 실체를 파악해가기 시작한다. 한편, 교통경찰 아휘(장가휘)는 맨 처음 도움을 요청했던 밥의 얘기를 무시했다가, 나중에 TV로 보도되는 사건 실황을 보고는 의심을 품고 그 역시 수사에 나선다.
<화피>의 진가상도 그렇지만 <커넥트>의 진목승도 딱히 흠잡을 건 없지만, 뭔가 시원한 결정타를 터트려주는 사람들이 아니다(진목승은 지금도 자신의 최고작이나 다름없는 ‘<천장지구>(1990)의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당시 스승이었던 두기봉 감독이 거의 전적으로 매만져준 작품이라는 건 이제 별로 비밀이 아니다). <커넥트> 역시 액션을 강조하는 무난한 리메이크 과정을 밟는다. 계속 전화통화를 하면서 소형차로 납치범들을 뒤쫓으며 공사장과 지하하수통로를 무한 질주하는 모습 등 <삼차구> <남아본색> 등에서 이미 카스턴트를 함께했던 이충지 무술감독과의 호흡은 빛난다. 원작보다 러닝타임이 30분 이상 늘어나면서 다소 지루해지는 감도 없진 않지만, 어쨌건 원작보단 확실히 더 재미있다.
tip/그레이스를 연기한 1976년생 서희원은 대만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아이돌스타 F4와 함께하며 스타로 발돋움한 배우다. 가수, 모델로도 활약하며 홍콩으로도 활동범위를 넓혀 공포영화 <의신의귀>(2005), <실크>(2006) 등에 출연했다. <의신의귀>에서는 <커넥트>와 달리 유엽과 애틋한 사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