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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종교집단 오푸스 데이 또 등장
김현정 2008-11-19

하비에르 페세르 감독의 슬픈 동화 <카미노>

지난 10월17일 스페인에서 개봉한 <카미노>(Camino)는 폐쇄적인 종교집단 오푸스 데이를 소재로 삼아 관심을 모은 영화다. 영화와 소설 <다빈치 코드>를 통해 낯익은 단어가 된 오푸스 데이는 1928년 신부 호세 마리아 에스크리바가 마드리드에서 창설한 가톨릭 내부의 분파. 헌신과 희생, 평등을 강조하는 오푸스 데이는 이후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스페인 내에서는 특히 바스크 지역에서 부유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지만 그 비밀스러운 방식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감독 하비에르 페세르가 주인공의 이름으로 택한 ‘카미노’는 에스크리바가 저술한 책의 이름이기도 하며 스페인어로 ‘길’이라는 뜻이다.

<카미노>는 1985년 암으로 사망한 소녀 알렉시아 곤살레스 바로스의 삶에서 영감을 얻었다. 오푸스 데이 가정에서 태어난 11살 소녀 카미노(네레아 카마초)는 명랑하고 밝은 아이다. 어머니 글로리아(카르멘 엘리아스)는 종교에 집착하지만, 카미노는 동급생 쿠코와 천진난만한 첫사랑에 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카미노가 등에 통증을 느끼면서 모든 것이 달라진다. 몸이 마비되고 시력을 잃고 끝내는 죽음에 이르게 될 어린 카미노는 낙천적인 성격으로 힘든 병원 생활을 받아들인다. 침대에 누워서도 그녀는 꿈을 꾸고 환상을 만들며 바깥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리아는 죽어가는 딸에게 이 모든 시련이 신의 뜻이며 이런 순간에조차 신과 타인에게 헌신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페세르는 2003년 황당무계한 코미디 <모르타델로와 필레몬의 위대한 모험>으로 박스오피스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감독이다. 그 때문에 그가 오푸스 데이와 죽음이라는 진지하고 민감한 소재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었을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페세르에게 <카미노>는 “플라토닉한, 어린 시절의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였고 “무엇보다 슬픔에 대항하는 보편적인 싸움”이기도 했다. 동화처럼 예쁘고 천진난만한 카미노의 환상 속 여행은 그래서 더욱 눈물겹다. 찰랑거리던 머리카락도 잃고 귀여운 첫사랑과도 격리되어 오직 종교적 상징에 둘러싸인 카미노는, 비록 때때로 악몽이 끼어들지라도 꿈을 꾸며 침대를 벗어나 세상을 날아다닌다. 영화에 영감을 준 알렉시아는 현재 성녀의 자리에 오르는 심사가 진행 중이다. 알렉시아의 오빠 알프레도는 이 영화가 자신의 가족을 이용했다며 감독과 영화를 공식적으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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