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62번째는 최영도씨가 기증한 고 최영달씨의 수집품 중 <곰>(1959) 전단지입니다.
‘곰’이라 불리는 배운 것 없는 목수(김승호)가 술로 세월을 보내며 어머니 없이 자란 어린 딸(김영옥)을 학대한다. 이 사정을 알게 된 담임교사(김정림)는 딸을 돌봐주고, 곰은 여선생을 사모한다. 곰은 딸을 선생에게 맡기고 돈을 벌기 위해 떠났다가 돌아오지만 결핵환자였던 선생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곰은 양지 바른 곳에 선생을 묻어주며 참된 인간이 되겠다고 맹세한다.(KMDB)
<곰>의 제작자 최도선은 전단지에서 제작의도를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비슷비슷한 국산영화 속에서 ‘저 밑바탕에서 꿈과 같이 또 하나의 현실을 좀더 진지하게 더듬어 보고픈 욕구’와 김승호라는 배우의 연기역량에 대한 기대”라고 밝힌다. <곰>은 조긍하 감독의 대표작으로 서민의 애환을 충실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제1회 문교부 우수국산영화상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았고, 김승호는 ‘곰’이라는 인물을 통해 ‘서민의 아버지상’이라는 패턴을 만들며 1950~60년대를 대표하는 주연급 스타로 도약하게 된다.
전단지의 광고 문구를 보면 ‘곰’이라는 인물에 대해 잘 나와 있다. “너 기운만 센 놈아! 너 싸움만 잘하는 놈아! 너 술만 잘 먹는 놈아! 그러나 너 어린애처럼 순진한 놈아! 뭐? 누굴 사랑한다구….” 힘겨운 현실을 헤쳐나가는 중년의 평범하고 순수한 남자는 당대의 공감을 이끌어낸 캐릭터였고, 그렇게 서민과 울고 웃었던 인물이 바로 김승호였다. 다작의 제작환경 속에서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었던 김승호가 자신이 가진 이미지의 정형성을 김승호만의 연기로 승화시킨 감독 중 하나가 바로 조긍하였다. 이어 김승호와 조긍하 콤비는 <육체의 길>(1959)을 통해 ‘전설에 남을 열연’이라는 평과 함께 2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과 비평에서 크게 성공한다. <자유부인>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여교사 역의 김정림, 아역 김영옥에 대한 소개, 감독 프로필, 줄거리가 함께 실린 전단지는 변호사 최영도씨가 기증한 169점 중 하나이다. 이는 원래 그의 형인 고 최영달씨의 수집품이었다. 필름이 남아 있지 않은 영화 <곰>에 대해 파악할 수 있어 의미있는 자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