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유혹 지수 ★★★★☆ 케이크 유혹 지수 ★★★☆ 최지호 코믹 지수 ★★★☆
참으로 훌륭하신 오빠들이다. 특별히 동성애 혐오증을 지닌 사람들이 아니라면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는 오직 단맛으로만 이뤄진 달콤한 세계다. 종종 만화적 기법의 특수효과가 삽입되고 뮤지컬 장면도 느닷없이 등장해 반짝거린다. 늘씬하고 매혹적인 남자들의 향연이라 할 만한 <앤티크>는 영화를 분석하고자 하는 이성 그 자체를 보는 즐거움으로 상쇄해버리는 영화인 것. 한 공간 안에서 지겹도록 부대낀다는 점에서 TV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영화 버전이라 말할 수도 있고, 드디어 ‘야오이’ 세계를 만난 충무로의 부지런한 주석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껏 한국영화 중에서 남자 동성간의 키스신이 가장 많이, 또한 가장 자연스럽게, 그것도 가장 군침 돌게 등장하는 영화가 바로 <앤티크>라고나 할까. 그런 세계와 상종하고 싶지도 않은 관객이라면 서둘러 페이지를 넘겨야 할 것이다.
진혁(주지훈)은 단것이라면 질색이지만 손님이 대부분 여자라는 이유로 케이크 가게를 오픈한다.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자리잡긴 했지만 고급스런 식기와 디자인으로 치장을 하고 촉망받는 천재 파티셰 선우(김재욱)까지 영입한다. 고교 시절 진혁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퇴짜 맞은 경험이 있는 선우는 이제 누구나 첫눈에 반하게 만드는 ‘마성의 게이’로 변신한 상태. 그리고 선우의 케이크 맛에 반한 기범(유아인)이 주방 보조로 들어오고, 진혁을 도련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보디가드 수영(최지호)도 가게 일을 돕게 된다. 멋진 네 남자가 힘을 합치면서 가게는 큰 인기를 끌게 되고, 선우의 프랑스 유학 시절 애인이었던 장 바티스트(앤디 질레)는 선우를 다시 프랑스로 데려가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한편, 유년기의 고통스런 기억에 시달리는 진혁은 그 악몽의 근원을 찾기 위한 싸움을 계속 한다.
그렇다고 <앤티크>에 쓴맛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가 김태용 감독과 공동 연출했던 ‘퀴어호러로맨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의 옥상장면이나 가슴 먹먹했던 정서를 추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안타깝기도 하고, 때론 즐겁기도 한 묘한 향수가 일 것이다. 진혁은 마치 그 옛 영화의 상처받은 주인공들처럼 전혀 기억나지 않는 유년기의 한 조각과 싸운다. 그가 가게를 연 것도 어떤 조그만 단서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하지만 민규동 감독은 현재의 성정체성을 납득시키기 위해 특별히 트라우마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는 감각을 순간적으로 마비시키는 한 조각의 케이크를 정성스레 대접하는 파티셰처럼 관객의 끝맛도 단맛이길 원한다. 잘 만든 트렌디드라마의 외연을 애써 넓히려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는 점은 영화를 더 매끈하게 만든다. 영화에는 각자의 서로 다른 플래시백이 있지만 지금 함께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현재가 중요할 뿐이다. ‘청춘영화’라는 장르적 관점에서 충무로는 언제나 방송국 드라마의 들러리일 뿐이었지만, <앤티크>는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tip/고단샤 만화상을 수상한 요시나가 후미 원작의 <앤티크>는 <올드보이> <미녀는 괴로워>처럼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으며 이미 그 영화들처럼 일본으로의 역수출 계약 또한 이뤄졌다. 일본에서 17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이고 2001년에는 <후지TV>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주지훈 역할은 시이나 킷페이, 김재욱 역할은 후지키 나오히토, 유아인 역할은 다키자와 히데아키, 그리고 최지호 역할은 아베 히로시가 맡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