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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말 꺼내기 전 30분간의 침묵

영화 리뷰의 중요성에도 위대한 영화의 핵심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어

영화 비평이란 가장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닐까. 때로는 시끄러운 방 안에서 뒤섞여 들리는 목소리 같기도 하고. 영화 비평의 ‘핵심’ 또는 정수가 뭔지를 생각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건 우스운 일일 수도 있다. 그저 입 닥치고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을.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영화 비평이란 온갖 복잡한 문제들로 가득 찼다. 따지고 보면 영화 비평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이들은 서로 적대적이다. 영화 산업지의 리뷰는 <사이트 앤드 사운드>나 주간지·학술지에 실리는 리뷰들과는 다른 데 방점을 찍고 쓰여진다. 모두 영화 리뷰라고 우리는 부르지만 각기 다른 목적을 갖고 쓰여지는 것이다.

영화 리뷰는 우리에게 영화의 뒷배경과 그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 대해 알려주는 실용적 기능을 한다. 우리가 그 영화를 즐길 만 한가, 과연 돈을 내고 볼 만한가를 가늠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영화 리뷰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처럼 열을 올려가며 영화 리뷰를 쓰지는 않을 것이다. 인터넷상에 올려진 수많은 영화 리뷰와 코멘트들을 보면 비평은 인간 본성의 일부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감동적인 영화를 친구와 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극장을 나와 거리를 걸으면서 그들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입을 떼기 시작한 그들은 밤을 꼬박 새워가며 그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이야기는 말과 위대한 영화 사이의 관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 예술은 말로 된 코멘트를 낳는다. 영화는 복잡한 것이고(어쨌거나 대개의 영화는 말이다), 글로 쓰여지건 말로 표현되건 언어는 우리가 마침내 그 영화가 만들어낸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게 해준다. 비평은 우리가 본 영화에 의미와 반향을 더해준다. 그러나 위대한 영화의 감정적 핵심에는 우리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영화 비평가로서, 말을 시작하기 전의 30분의 침묵은 가끔 나를 숙연하게 한다.

최근 나는 한줄 리뷰(<씨네21>의 20자평)가 영화의 내적 핵심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는 영화 비평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어떤 면에서 이건 가장 하급의 비평일 수도 있다. 스파게티를 벽에 던지거나 운전하고 지나가며 빵 쏘는 것처럼. 영화를 묘사하고 설명하고 분석하거나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에, 나는 짧은 한 구절을 쳐내면서 그것이 영화의 성격을 제대로 잡아내리라 기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짧은 한 구절과 그 영화의 관계는 매우 상징적이다.

아마도 상징주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영화의 어떤 면들을 보여주는 최상의 방법이다. 물론 한줄 리뷰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영화의 복잡성을 이해하게 도와주는 좀더 긴 리뷰들이 필요하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주고 강점과 약점을 알려주는 리뷰의 유용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결국, 한줄짜리 리뷰야말로 가장 오래 남을 코멘트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유감스럽게도, 이처럼 쓰기 어려울 수밖에.

번역 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