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문석의 취재파일] 오바마가 충무로에 힘을 줄까
문석 2008-11-10

FTA 재협상과 문화다양성협약에 희망… 금융위기 해소도 기대

브라질 나비가 일으킨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의 논리로 말한다면, 오바마의 당선이 일으킨 바람은 전세계에 쓰나미급 파도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한국영화가 아무리 변방 국가의 소규모 산업이라 해도 이 쓰나미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과연 오바마의 당선은 한국영화계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 것인가.

충무로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오바마의 정책은 한-미 FTA 재협상이다. 그는 여러 차례 한-미 FTA가 미국에 불리하다며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알다시피 스크린쿼터는 2007년 한-미 FTA의 선결조항으로써 절반(73일)으로 축소됐다. 만약 오바마가 재협상을 선언한다면 스크린쿼터에서도 일정한 변화를 요구할 여지가 생긴다.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은 더 나아가 “오바마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기존 FTA 협상안이 원인 무효될 수도 있다”면서 “이때는 스크린쿼터 원상회복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신중론도 존재한다. 이준동 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은 “오바마가 협상종료를 선언한다면 몰라도 웬만해서는 쿼터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FTA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간다 해도 스크린쿼터 문제가 전향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바마는 다른 민주당 출신 대통령처럼 할리우드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커다란 변수가 없는 한 그가 미국 산업의 주요 축이며 자신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할리우드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영화진흥위원회 김보연 연구1팀장은 스크린쿼터 문제보다 세계 금융의 안정화에 기대를 건다. “현재 한국영화산업의 위기는 내부사정에 기인했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더욱 투자가 위축되면서 장기화되기 때문에 오바마가 금융의 신뢰성을 높인다면 위기의 그림자도 조금씩 걷힐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오바마의 진보적 정신이 한국영화에 도움이 될 수는 없을까. 양기환 처장은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에 희망을 걸고 있다. 각국의 문화적 다양성이 무역 등으로 훼손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스크린쿼터의 정당성을 확보해주는 이 협약은 현재 세계 80개국에서 비준됐지만, 한국은 국회 비준을 받지 못했고, 미국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 양 처장은 “흑인인 오바마는 소수자로서의 경험이 있는데다 외교에서 패권주의를 배격하기 때문에 협약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바마가 일으킨 변화의 바람이 한반도에서 훈풍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충무로 또한 마찬가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