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 어떻게 된 거냐. 목요일인데도 왜 아직 책이 안 오냐고. 설마 이런 식으로 따시켜서 자르려는 건 아니지? 누군가 책을 집어간 거야? 이동이 부자유스러운 애엄마의 것은 절대 가로채면 안된다고 근·현대사 교과서에 새로 기술하라는 권고는 안 나왔니? 정권도 바뀐 마당에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제일 괜찮은 속도는 자전거 타기도 걷는 것도 아니다. 휠체어나 유모차를 밀고 가는 속도다. 거리 구석구석의 모습과 사람들의 표정을 고루 살필 수 있고, 워낙 시간을 많이 잡고 나서기 때문에 오가다 만난 이들과 잠깐 멈춰 대화해도 (애가 떼쓰지만 않는다면) 갈 길에 크게 지장받지 않는다. 보행권이나 이동권에 눈뜨는 건 물론, 자동차 매연이나 공사장 안전 등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각종 문제를 체감할 수 있다. 나는 요즘 내가 밀고 있는 이 속도가 꽤 마음에 든다. 태클이 걸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태클 중 하나는, 서해, 동해, 군사분계선상에 흩날리는 삐라 뭉치다. 탈북자 단체가 주도한 삐라 살포에 납북자 가족모임 등도 가세해 벌써 네 차례, 많게는 한번에 10만장의 삐라를 대형 수소풍선에 나눠 담아 날렸다. 남북 어부 명단과 김정일풍으로 반신불수 상태 등의 내용을 담았다. 북한 군부가 “남한을 불바다 정도가 아니라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고 발끈하는 것도 애 키우는 처지에서 가슴 졸이지만(유모차 밀고 어디로 도망가겠어!) 전단지 100~150장 단위마다 ‘미끼’로 1달러나 10위안짜리 지폐를 넣어 같이 뿌렸다니 그 모욕적인 방식에 기가 막힌다. 북한 아이들이 ‘기브 미 삐라’ 하면서 쫓아다니길 바라는 것인가. 남북 관계에 미치는 영향까지는 안중에 없다 쳐도 이른바 ‘자유북한’을 바란다면서 이런 식으로 북한을 자극해도 되는가. 그래서 돌아올 것은 북한 주민의 자유가 아니라, 더 극심한 감시와 단속일 텐데.
유모차 밀고 촛불시위에 참가한 엄마들에게 아동학대죄를 묻겠다던 당국은 이 삐라 살포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한다. 국정원장도 국무총리도 “자제 요청은 하겠지만 관련법상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전단은 물에 젖어도 찢기거나 지워지지 않게 얇은 비닐로 만들어져 있다. 대표적인 환경오염 물질이다. 수소풍선은 상황에 따라 대단히 위험한 고압 폭발물질이다. 상식적으로도 관련법규 위반이 한눈에 보이는데 당국자들의 눈에는 안 보인다니, 다들 너무 바쁘게 사시는가 보다. 눈에 불을 켜고 오바마와 닮은 이 대통령의 발가락의 때라도 찾느라 더 그러신가.